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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진리의 열쇠 ‘사랑’...“문학적 향연은 계속된다”
영원한 진리의 열쇠 ‘사랑’...“문학적 향연은 계속된다”
  • 김종호
  • 승인 2023.12.27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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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한다_ 『사랑의 향연 세상의 문학』 김종호 지음 | 엘도브 | 532쪽

조선시대에는 과거 제도가 있었다. 관료를 뽑는 문과 시험은 문해력과 문예 창작 능력 위주였다. 글 읽기·글짓기·글 솜씨로 관리를 뽑는다? 글 좀 알고 시문(詩文) 잘 쓴다고 세상 사람을 다스리는 정치 행정가가 될 수 있을까. 

글은 세상을 읽는 열쇠다. 글을 통하면 세상을 통달할 수 있다. 언어는 삶과 세상의 이치가 오랜 기간 투영된 유기적 결정체다. 인간의 역사가 집약된 인간 정신의 보고(寶庫)다. 인공지능이 인간 두뇌의 반영인 만큼, 그것을 구축하고 제어하는 것도 언어다. 인간의 모든 산물은 언어의 구현이다.

 

인공지능 시대? 문학이 미래다

문학은 언어의 정수(精髓)다. 예나 지금이나 문학을 통해 폭넓고 깊게, 바르게 세상을 읽을 수 있다. 인간 뇌의 크기는 두어 뼘에 불과하지만, 뇌가 품는 세상의 크기는 무한대에 이른다. 그 크기를 가장 잘 키우는 것이 치열한 사유와 자유로운 상상이 펼쳐지는 문학이다. 각 인간이 품은 세상의 크기는 문학을 비롯한 언어 체계로 단련된 시공간에 비례한다. 특히 시간에 의해 검증된 고전 문학은 무엇보다 좋은 도구다.

문학은 반복이다. 글은 다른 글의 반향이다. 읽은 글은 생각이 되고 생각이 글이 된다. 작가는 문학의 코드를 읽어내고 풀어쓴다. 작가는 다만 새로운 방식으로 옮겨 쓴다. 개별 작가의 작품은 다시 문학의 코드로 들어간다. 그렇게 문학이라는 총체는 무한 팽창한다. 수백수천 년 전 이야기가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이유다. 고전이 늘 새로운 원리다. 

글쓰기를 통해서 작가들은 끊임없이 대화한다. 문학만이 아니다. 모든 예술 장르가 창작의 양분을 주고받는다. 시·소설·음악·미술·영화 등 모든 부문의 작품들이 대화한다. 상상 세계에는 시간 개념이 없다. 문학과 예술의 세계 속에서 모든 것이, 세기와 장르 너머, 무한 상응한다. 유한한 인간이 그 속에서 자유를 구가하는 이유다.

 

호모 아만스와 사랑의 책

세상의 원리는 화합이고 인간 사회의 기초는 사랑이다. 인간(人)은 관계(間)이고, 관계의 핵심은 사랑이다. 호모 아만스(homo amans). 인간은 사랑으로 존재한다. 사랑은 인간과 세상과 문학을 꿰는 영원한 주제다. 사랑의 이야기도, 문학의 속성대로, 무한 반복된다. 사랑의 담론은 끝이 없다. 끝없이 반복되고 변형된다. 고대의 신화에서 중세의 설화로, 궁정 연애와 고전 비극에서 낭만적 시가로, 그리고 근대·현대의 무수한 찬가와 애가로 이어지는 사랑의 문학적 향연은 계속된다. 사랑의 주제는 일찍이 단테가 천국에서 설파한 세상의 원리, 영원한 진리의 열쇠다.

나는 그 깊은 곳에서 보았다.
우주에 낱낱이 흩어진 것이
한 권의 책 속에 사랑으로 묶인 것을.
「신곡」, 「천국」, 33곡

『사랑의 향연 세상의 문학』은 수천 년 동안 되풀이되는 사랑의 담론을 읽고 해석한다. 독서의 대상은 고대 그리스 신화와 연극에서부터 중세의 시가를 거쳐 20세기에 이르는 시·소설 그리고 문학을 원전으로 파생된 그림·오페라·영화 등이다. 호메로스, 헤시오도스에서 카뮈, 뒤라스까지 약 80명의 작가, 100편 정도의 고전 작품이 이야기된다. 

알베르 까뮈(1913∼1960)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다. 사진=위키피디아

독해의 순서는 따로 없다. 이야기는 순환한다. 조이스가 호메로스를 불러들이고, 롱사르가 페트라르카와 데스노스를 소환한다. 보마르셰가 몰리에르와 모차르트를 부르고, 괴테와 지드와 발자크, 플로베르와 톨스토이와 호손이 대화하고, 랭보가 셰익스피어에게 응답한다.

대상 작품은 취향과 전공에 따라 주관적으로 선택됐다. 문학은 표현 언어에 기반한다. 언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세밀한 의미의 포착을 위해 특히 작품을 인용할 때 원어 텍스트를 살폈다. 프랑스어·영어 텍스트는 원전을 번역했고, 독일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 등의 텍스트는 프랑스어 영어 한글 번역본과 대조하여 원문을 옮겼다. 시와 노래는 원문을 같이 실었다.

김종호
숭실대 명예교수·프랑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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