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4:40 (토)
인천대, 세인트존스대학과 함께하는 고전교육 학술포럼 성료
인천대, 세인트존스대학과 함께하는 고전교육 학술포럼 성료
  • 방완재
  • 승인 2023.12.11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대학교(총장 박종태) 도서관(Great Books 센터)에서 세인트존스대학과 함께하는 고전교육 전문가 학술포럼을 12월 5일(화) 인천대 교수회관에서 개최하였다. 기조강연을 중심으로 세인트존스대학의 고전교육의 성격과 시사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세인트존스대학 Emily Langston 교수의 기조강연 (인천대학교 교수회관 3층)
세인트존스대학 Emily Langston 교수의 기조강연 (인천대학교 교수회관 3층)

 기조강연자인 랭스턴 교수(세인트존스대 총장 선임고문)는“어린아이를 자유로운 성인으로 만들기”(Creating Free Adults out of Children)라는 주제로 세인트존스대학의 전인교육의 이상과 현실적 도전을 소개하였다.    
 
 세인트존스대학(St. John’College)은 그 이름(‘성 요한’)과는 달리 비종교적인 대학이며, 학부 전공학과의 구분 없이, 15명 내외의 소규모로, 4년 동안 고전 100권을 읽고 토의세미나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EBS 다큐프라임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2014년)와 동일한 제목의 책(2015년)에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독서와 토론”을 강조하는 세인트존스대학을 소개하고 있 다. 

 세인트존스대학은 1697년에 설립되었고, 미국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대학으로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와 뉴멕시코주 산타페 두 곳에 캠퍼스가 있다. 학부 전공학과도 없고, 박사과정은 없는데, 어떻게 미국 사회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까지 관심과 주목을 이끌게 되었을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세인트존스대학의 ‘새로운 프로그램’(new program)은 1930년대 중반에 시작되었다. 당시 세인트존스대학은 남자들만 다니는 군인을 위한 작은 규모의 대학으로 재정적으로 실패했고 폐쇄되기 직전이었다.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전공학과의 장벽 및 학문 분야의 칸막이를 걷어내고, 모든 교수진은 모든 교과과정을 다 가르치며, 모든 학생들은 동일한 교과과정을 이수하여 리버럴 아츠(liberal arts) 학사 학위를 수여 받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세인트존스대학은 ‘미국에서 가장 의도적으로 다른 길을 가는 대학’이면서도 ‘가장 앞을 내다보고 미래에의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간주된다. 세인트존스대학은 인문학 분야의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졸업생의 비율이 미국에서 1위이고, 과학분야를 포함해서 거의 모든 다른 범주의 박사학위 분야에서 상위 10% 안에 위치한다.     

 학생들은 고전(Great Books)에 기반하여 수학은 4년 동안, 과학 실험은 3년 동안, 고대 그리스어와 프랑스어는 2년 동안, 음악 이론과 실습은 1년 동안 배우고, 무엇보다 토의세미나는 4년 동안 참여하며, 졸업 논문을 써야 한다. 
  
 전공학과의 구분을 지운 것은 전공의 세분화가 야기할 수 있는 파편화(fragmentation) 현상을 극복하고 전인교육의 이상에서 기인한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생들은 언어, 수학, 논리, 문학, 음악이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한 분야의 탐구가 다른 분야의 접근 방식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다. 

 세인트존스대학의 문장(Seal of College)에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교육철학이 담겨 있다. 7개의 책은 자유학예(liberal arts)를 구성하는 7과(문법, 수사학, 논리학, 음악, 기하학, 산술, 천문학)를 나타낸다. 7과에서 문법, 수사학, 논리학은 3학(Trivium)으로서 책(book)을 상징하고, 음악, 기하학, 산술, 천문학으로 구성된 4학(Quadrivium)은 균형(balance)을 상징한다. “나는 책과 균형을 통해 어린아이로부터 자유로운 성인이 된다.”(Facio Liberos Ex Liberis Libris Libraque)는 문장 중앙의 모토는 세인트존스대학의 교육적 이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 자유학예의 7과는 수레바퀴의 살처럼 식별가능하고 분리할 수도 있지만 전체가 잘 작동하도록 기여할 때 전체적인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다. 요컨대 세분화된 전공을 공부하기 이전에 학부에서 철학이나 문학뿐만 아니라 수학과 자연과학 전반에 걸친 배움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한국사회가 그러하듯, 미국사회 역시 정치적, 문화적, 과학기술의 차원에서 분열된 상황에 처해 있고, 공동선의 추구 및 다름을 넘어선 대화가 어렵다는 점에서 세인트존스대학의 고전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은 인간과 사회와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대화를 추구하며 참여적 시민성을 지향한다. 

 금번 기조 강연에 참가한 인천대 학생 및 전문가 패널의 질문과 이에 대한 랭스턴 교수의 답변 과정에서 세인트존스대학의 교육비전이 보다 구체화되었다. 

기조강연에 대한 질의응답 장면
기조강연에 대한 질의응답 장면

세인트존스대학의 고전교육 프로그램과 시카고대학이나 컬럼비아대학의 고전교육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학생의 질문이 있었는데, 세인트존스대학은 학부 4년을 전공학과 없이 인문학에서부터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고전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데 비해, 시카고대학과 컬럼비아대학에서는 3학년 이후에는 학과 전공으로 분리되어 학사과정이 이루어진다는 차이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들 대학의 경우는 자연과학이나 공학 분야의 학생들이 소홀할 수 있는 언어 및 인문학 위주로 고전교육이 구성되어 있지만 인문학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기하, 물리, 생물, 천문 분야 등의 핵심 저작을 읽게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나아가 해양학과의 학부생이 세인트 존스에서 고전을 기반으로 한 토의세미나에서 학생의 주도성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는지, 동양의 고전을 정책적으로 수용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였다. 이에 대해 랭스턴 교수는 세인트 존스의 교육방식에서 교수자의 개입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석사 프로그램에는 서양고전 전공 프로그램 외에 동양 고전만을 읽고 졸업하는 별도의 학위 과정도 개설되어 있으며 학생들이 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그리고 다른 질문자는 대학교육의 목표로 전문성 신장이나 취업이 중요한데 반해, 세인트존스대학의 교육과정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면이 있는데 실용적 목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랭스턴 교수는 세인트존스대학의 교육은 취업 자체에 초점을 두지 않지만, 대학 차원에서 졸업생이 어떻게 진로를 찾아가는지 검토하여 교육의 효과성을 확인하고 있으며, 비교과 프로그램을 통해 인턴십을 하거나 공동체 봉사활동을 지원하는 등 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실천적 기회를 제공한다고 답변 하였다.     

 인공지능이 코딩을 하고, 다리도 설계하며, 음악까지 작곡하는 시대적 대전환기에서 우리에게는 어떤 단일한 기술보다는 유연성과 전인으로서의 자율성이 요구된다. 하나의 사태를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하고, 질문을 제기하며 목표를 정의하고, 어떠한 삶을 추구할 것인지, 또 어떠한 재화를 가치 있게 여기며, 어떤 방식으로 삶의 가치를 추구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금번 에밀리 랭스턴 교수의 인천대 기조강연은 대학에 입학할 학생수에 비해 대학 정원이 많아지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 대학의 교육철학과 교육정책을 냉정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