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9:15 (토)
폭력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폭력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 김재호
  • 승인 2023.12.05 2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광배 지음 | 424쪽 | 세창출판사

도처에 존재하는 폭력, 당신도 그 예외일 수 없다

폭력은 도처에 있다. ‘남의 신체를 물리적으로 훼손하는 힘.’ 사전이 정의하는 폭력의 의미 너머로 그 외연이 확장되고 있는 오늘날을 감안하면 폭력이 자리하지 않은 곳은 어디에도 없다. 둘만이 존재하는 은밀한 곳에서 벌어지는 데이트 폭력이나 은연하고 비밀하게 상대의 의식을 잠식해 가는 가스라이팅까지. 폭력의 부피가 커진 만큼 우리의 문제의식이 가닿는 곳도 넓어져야 한다. 

폭력은 차이로부터 시작되고, 차이란 공포이자 어김없는 불안의 요소이다. 물리적 힘만이 폭력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므로 폭력을 흔하디흔한 기삿거리 하나쯤으로 치부하고 말기에는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당신이 둔감한 축에 속한다면 은폐된 형태를 띤 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도 멋모른 채 가해자들 틈바구니에서 거짓행복을 누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면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해자가 되어 누군가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었는데도 마냥 껄껄거리고 있다거나. 폭력은 도처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그게 자리한 곳이 내가 아니라는 보장도 없다. 

저자 변광배 교수는 이 책에서 11명의 현대 사상가를 선정하여, 저마다의 폭력론을 이들 주요 저작을 중심으로 살핀다. 벤야민을 한 축으로 하여 아감벤, 데리다, 지젝을 다루고, 사르트르와 파농, 사르트르와 아렌트 등 그 맥락이 닿는 것끼리 묶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저자의 친절하고 현장감 넘치는 강의투 문체와 함께 여러 사상가를 따라가다 보면 폭력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