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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 이강재
  • 승인 2023.12.05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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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이강재 논설위원 /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이강재 논설위원

곧 정치의 계절이다. 총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당마다 국가를 위한 정책을 제시하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다. 그렇지만 우리 선거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의 재생산 혹은 확대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을 분열시키는 일이 잦아진다.

유권자가 현명해지면서 갈등을 조장 혹은 이용하는 자를 알아보고는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불편하다. 온갖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오히려 유권자의 마음에 증오를 심어주고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세상 어디에나 갈등은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사람 사이의 갈등은 당연하다. 민주주의는 인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타협하면서 발전한다. 즉, 갈등은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도록 해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선거와 만나면 증폭되고 때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진영 간의 갈등, 남성과 여성 간의 젠더 갈등, 국토의 동서를 가르는 지역 갈등,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 다문화 가정과 이주자 및 소수자 문제에서 생기는 갈등, 세대 간의 갈등 등이 여기에 속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은 이제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에 편입될 것인지 아닌지의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치와 선거는 끊임없이 이익과 확대를 추구하는 인간의 내면 욕망을 볼모로 온갖 유혹을 통해 갈등을 심화시킨다.

2020년 우리나라의 갈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1년에 80조 원에서 246조 원에 이른다는 보고서가 있다. 지금은 그때보다 사회적 비용이 더 많아졌을 것이다. 수많은 갈등은 갈등의 어느 쪽이냐에 관계없이 모두를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헌법에 분명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사회적 갈등은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지 못하게 만든다. OECD 최저의 출산율과 최고의 자살율, 갈수록 심해지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 젊은층의 미래에 대한 희망 상실 등은 사회적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

사회적 갈등이 한번에 해결될 수는 없다. 최근 SNS와 AI의 발달은 개인에게 편향된 생각을 강화시켜 갈등을 더욱 심화시킨다. 갈등의 조정은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걸린 세월만큼 앞으로도 길고 긴 세월이 흘러야 가능할 수 있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려는 국가적 노력과 정치인의 각성이 있어야만 한다.

물론 정치인이 갈등을 통해 자기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속성이 있다면, 이들의 각성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미 어느 한 편에 서 있는 국가기관이나 정치인에 의한 갈등 조정은 때로 갈등의 심화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갈등을 조장하고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을 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려는 시민교육이 오랫동안 쌓여야 한다. 대학의 인문사회 교육은,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진 다양한 문제를 각 분야의 시각에서 가르친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다양한 사회의 모습, 서로 다른 모습을 포용하는 삶의 태도를 가장 중시해야 한다.

단순한 지식의 습득은 인터넷과 AI의 발달에 따라 이미 그 가치가 줄어들었다. 올바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건강한 시민이 되는 교육이 중요한 때이다. 앞으로의 교육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많이 반영되어야 한다.

이강재 논설위원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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