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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청년·기업의 이중 악순환…“인구고령화는 체제 전환 문제”
지역·청년·기업의 이중 악순환…“인구고령화는 체제 전환 문제”
  • 김재호
  • 승인 2023.11.27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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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구조 대전환 시대: 과학기술의 미래’

인구변동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서울로 유입되는 청년의 수이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서울대 보건대학원 객원교수)은 「인구구조 대전환: 인구구조의 변화와 사회체제의 대전환」을 발표했다. 지난해 서울의 연령별 순이동률을 보면, 20∼24세는 6%다. 이 비율은 가장 높은 수치로 대학 입학생의 나이다. 즉, 서울로 전입하는 청년의 수가 많다는 뜻이다. 순이동률은 인구 1천 명당 전입자 수에서 전출자 수를 뺀 순이동자 수를 의미한다. 

청년 유출로 인해 대학-지역의 상생고리가 단절된다. 인구감소로 인해 경기침체가 발생하고, 입학생 감소는 교육 여건을 악화시킨다. 한 마디로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가 붕괴하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지역 내, 지역 간, 부처의 생존 선택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며 “지역-청년-기업에 대한 이중 악순환”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인구변화에 산업의 전환 양상에 대해 다음을 지적했다. △내수 산업의 소비와 노동력 부족 위험 △소규모 영세 기업의 고령화(2인+외국인 기업) △혁신성과 숙련도의 동시 약화 위험 △저혁신 산업분야의 확대다. 그래서 전체 산업구조와 인구구조 전환을 동시에 고려하는 청사진이 필요하다. 특히 대학원생 수가 급감한 지방대에서는 연구역량이 심각하게 악화될 전망이다. 더욱이, 여성신진 연구자를 확보하는 게 시급해질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지방대 위기로 전문가 공급이 단기적으로 폭증할 것”이라며 “인구고령화는 단순 복지의 문제가 아닌 대대적 체제 전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종합적인 기획으로 여성과학 기획전략 마련도 제안했다.

 

OECD 평균 보다 높은 남녀 취업률 차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느리지만 조금씩 높아져 왔다.” 이수형 서울대 교수(국제대학원)는 「여성 인력 활용: 현황, 과제와 대안」을 발표했다. 24세∼64세 여성의 2020년 노동시장 참여율은 64.1%다. 노동시장 참여율은 취업자 수와 실업자 수를 더해 총 인구로 나눈 값이다. 1991년만 해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60% 미만이었다. 반면 남성 취업률에서 여성 취업률을 뺀 취업률 차이는 OECD 평균 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학력별 남녀 취업률 차이를 보면, 중졸(15%)·고졸(21%)·대졸(22%) 차이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고학력에서 더 많은 차이가 난 것이다. 그래서 이 교수는 남성 중심의 정형성에 맞서는 ‘스컬리 효과’를 강조했다. 스컬리는 미국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된 「X파일」에서 주체적으로 수사에 나서는 여주인공 이름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이 작품을 보고 이공계로 진출한 여성이 많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특히 미디어가 갖는 파급효과가 크기에 젠더 편향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공무원·교원·사외이사 임용의 젠더 기반 할당제는 역차별 논란과 사회적 합의 구축의 어려움이 있다”라며 “저성장·양극화·적자재정 시대에는 선의·당위에 근거한 정책은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한 긍정적 파급력을 고려하고, 결과로 납득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생산연령인구와 청년인력의 급격한 감소

이철희 서울대 교수(경제학부)는 「인구변화의 미래와 파워 시니어 활용」 발표를 통해 노동인구 감소를 분석했다. 2020년 대비 생산연령인구(15∼64세 인구) 추계 비율을 보면, 2045년 생산연령인구는 70.2%에서 2070년이면 46.4%로 급격히 떨어진다. 같은 기간 경제활동인구는 83.5%에서 56.7%로, 생산성 반영 노동투입은 87.7%에서 58%로 급감한다. 그런데 반사적으로 여성과 50∼64세 장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증가할 전망이다. 생산성도 마찬가지다. 

공급과 수요 변화를 결합한 전망을 보면, 사회복지 서비스업(전체)에서 전문직군은 248,989명, 준전문직군은 171,431명이 부족할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음식점과 주점업(고학력) 준전문직군 309,874명, 보건업(저학력) 준전문직군 245,773명·비전문직군 164,845명이 노동력 부족 규모가 큰 산업으로 분석됐다. 

이철희 교수는 “10년 내에 발생할 가장 심각한 노동시장 불균형은 청년인력의 급격한 감소에서 초래될 것”이라며 “향후 산업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인적자본 공급의 탄력성이 떨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즉, 젊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는 노동시장·산업경쟁력·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노동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유연해지고, 노동 이동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부문에 따라 노동부족과 공급과잉이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라며 “연령·학력별 노동 인력 간 대체성이 높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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