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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자유를 찾아야 지성이 바로 선다
대학이 자유를 찾아야 지성이 바로 선다
  • 양준모
  • 승인 2023.11.2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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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양준모 논설위원 / 연세대 미래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양준모 논설위원

우리 사회에서 지성이 몰락하고 있다. 이제 지적 토론의 부재와 가짜뉴스가 우리의 자화상이 돼버렸다. 역사 왜곡이 몰락의 시작이었다. 인기에 영합하는 지식인들은 현실을 과학적으로 인지하는 용기를 잃었다. 경제학적 인식체계를 가지지 못한 학자들에게는 식민지와 본토와의 경제력 차이에서 발생하는 거래가 수탈로 보였다. 이런 거래는 당사자들에게는 모두 돈을 버는 기회이지만, 그들은 스스로 이런 사실을 부정하는 지적 장애물을 쌓았다.

지적 장애물은 식민사관을 극복하자는 운동으로 더욱 공고해졌고, 급기야 종북사관이 등장했다. 홍범도의 소환은 환상적 역사관의 끝판왕이었다. 지식인들이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선전·선동에 부역했고, 학자들의 연구와 지적 토론은 공론의 장에서 사라졌다.

19세기 결정주의적 역사관이 엉터리 정책으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부활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주장했던 과소소비설은 이미 20세기 초에 부정됐다. 통계상으로 소비는 경기와 동행한다. 사람들은 소비가 늘어야 경기가 좋아진다고 생각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거꾸로 경기가 좋아야 소비가 늘어난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과소소비설의 변종도 타당한 지적 근거는 없다.

돈을 풀면 경기가 좋아진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물가가 급등하는 데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은 악화하고 경제도 침체한다. 과거에도 당백전 발행 등으로 돈을 풀면 물가가 올랐다. 과도하게 돈을 풀었던 나라마다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았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진영 논리에 빠진 학자들은 오히려 선동에 나섰다.

일부의 학자들은 이데올로기를 방패 삼아서 역사를 왜곡하고, 거짓에 침묵하고, 동료의 무책임에 눈을 감았다. 지성에 대한 존중은 사라지고, 돈으로 대학을 움직이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교육재정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 개입을 반기는 학자들은 지적 호기심보다 물적 탐욕에 목을 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대학도 각종 지원 사업을 동원해서 대학의 교육 과정을 왜곡한다. 본질적 개혁보다는 지성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위해 춤을 추고 있는 대학의 책임자들은 부끄러운 줄 모른다. 

몰락하는 지성을 세우기 위해서는 대학이 잃어버린 자유를 찾아야 한다. 대학의 자유는 연구와 토론의 자유에서 출발한다. 교수든 학생이든 연구자들이 모인 공간인 대학이 정치 선동과 진영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돼서는 안 된다. 대학에서 진실은 존중받아야 한다. 연구자가 학술적 의견을 표명했다고 학교에서 쫓겨나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지성이 군중에 무릎을 꿇는다.

논리와 자료를 가지고 서로 열띤 토론과 비판은 가능하지만, 떼를 지어 지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대학의 자유를 스스로 버리는 일이다. 논리와 자료, 그리고 역사적 경험으로 이미 폐기된 이론을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위해 대물림하는 것도 대학의 자유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거짓으로는 대학의 자유를 지킬 수 없다. 

대학의 자유는 재정의 독립에 기반한다. 등록금을 통제하여 대학 재정을 정부에 의존하도록 만든 구조에서는 대학이 성장할 수 없다. 대학이 학생 선발권을 박탈당해도, 학생이 대학 선택권을 박탈당해도 대학의 자유는 사라진다. 대학의 자유는 지성의 토대다. 지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 자유가 필수적이다. 대학 사회가 자유를 쟁취해서 지성을 세우자.

양준모 논설위원
연세대 미래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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