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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디자인, 미술의 발견
전시디자인, 미술의 발견
  • 김재호
  • 승인 2023.11.21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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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지음 | 소동 | 320쪽

배려와 소통, 타인의 삶에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가려는 자세가 '전시디자인'의 출발이다.

우리나라 전시디자인을 새 지평을 연 김용주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기획관의 전시디자인 아이디어와 경험, 난관 극복 방법이 녹아있는 책. 전시디자인을 알면 작품감상이 더 재미있어진다.

전시디자인의 시대가 왔다. 관람객은 작품뿐 아니라 전시디자인에도 환호한다. 한국의 전시디자인은 세계적 수준이다. 전시디자인을 이해하면 예술적 안목도 올라간다. 그러나 경험을 바탕으로 전시디자인을 소개한 책은 드물다. 저자는 국내 공채1호 전시디자이너로 한계를 도전으로 받아들이며 길을 개척해왔다. 이 책은 작품감상의 수준을 올리고, 디자이너와 독자의 상상을 자극한다.

이 책은 이론서가 아니다. 15년간 직접 참여하고 진행한 전시를 기반으로 쓰였다. 현대미술 전시를 만드는 과정 속에 펼쳐지는 다양한 감각과 사유, 난관의 극복과정, 그 속에 숨은 전시디자이너의 고민과 창조적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또다른 미술세계를 엿보게 된다.

전시는 공간 속 작품이 놓인 관계, 전시장 분위기, 작품들 사이의 관계,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자의 다양한 경험과 인식체계가 교차하면서 비로소 완성되는 복합적 관계의 산물이다. 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전시디자이너는 주제를 풀기 위해 작가의 삶에 진지하게 다가선다. 이렇게 시작한 관계 맺기는 문제 풀기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또한, 이 책은 전시를 성공적으로 오픈시키기 위해 마주한 현실적 문제를 새로운 발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이중섭 전시 때 당면한 문제는 이렇게 해결했다.
“이중섭의 은지화는 대부분 사이즈가 고작 16cm를 넘지 않는다. 이렇게 작은 은지화를 100년이 지난 지금, 16m로 100배 확대 프로젝션한다면 그의 섬세한 표현들이 벽면을 가득 메우리라. 반짝이는 은지화의 물성도, 물감이 스며든 라인도, 그의 독창적 기법이 커다란 벽화로 환생하리라”

전시디자이너는 주어진 제약 속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사람들이다. 전시디자이너가 작가의 생각과 삶을 어떻게 이해해가는지, 현실적으로 마주한 여러 한계 속에서 어떻게 발상을 전환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 돌파구를 만들고 전진하는지 이 책은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시디자인이라는 분야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하고, 전시디자인 분야가 아니더라도 한계를 도약의 디딤돌로 탈바꿈하게 하는 상상을 자극하는 책이 될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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