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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교수서예동호회 ‘시엽’, 제7회 서예전 전시
전북대 교수서예동호회 ‘시엽’, 제7회 서예전 전시
  • 김재호
  • 승인 2023.11.0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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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까지 전북대 박물관 전시실서 34점 전시

전북대 지식공동체 ‘교수서예동호회’ 「시엽(柿葉)」의 회원 교수들이 제7회 서예전을 열고 있다. 시엽은 인사말을 통해 “흰 종이에 검은 먹, 그 정직한 원색으로 어찌 거짓을 쓰랴!”라고 밝혔다.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거짓말이 난무하는 이 시대의 사회상에 비춰볼 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제목이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의 「후(厚)」와 「수졸(守拙)」

이번 제7회 서예전을 준비하면서 「시엽(柿葉)」의 회원 교수들은 두 가지를 생각했다. 그 하나는 인공지능이 진화하여 예술작품 창작에도 개입하고, 머지않아 ‘로보 사피언스(Robo Sapiens)’가 출현하여 호모 사피언스를 제압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는 시점에서 전통서예를 연마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까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답은 “그럴수록 서예를 더 연마하고 확산하여 AI와 대별되는 인간적 면모를 보다 더 확실하게 갖출 필요가 있다”라는 것이었다. 

다음으로는 각종 SNS를 타고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퍼지고 있는 거짓말의 홍수 속에서 교수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전시 주제를 ‘거짓말을 하지 말자’로 정하고 거짓말의 폐해를 지적한 고금의 명언들을 골라 가능한 한 정직한 필획과 서체로 작품을 창작하여 전시하기로 했다. 이에, 교수들은 초대 인사말의 제목을 “흰 종이에 검은 먹, 그 정직한 원색으로 어찌 거짓을 쓰랴!”라고 한 것이다.

이번 서예전에는 18명의 회원 중 15명과 학생 1명이 참여하여 34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을 속이지 말자’라는 뜻의 ‘무자기(毋自欺)’라는 말을 썼고, 농업생명과학대의 김정문 교수는 ‘진실을 스승으로 삼자’라는 뜻의 ‘이진위사(以眞爲師)’를 썼다. 

의과대학의 이혜수 교수는 “거울이 비록 밝다고 해도 못 생긴 사람을 예쁘게 해주지는 못하고(鏡雖明不能使醜者姸)…”로 시작하는 대련 작품을 써서 진실은 드러날 수밖에 없음을 꼬집었다. 채옥희 교수는 “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말을 한 사람이 했을 때는 안 믿지만 세 사람만 얘기하면 믿게 된다”라는 고사성어 ‘삼인성호(三人成虎)’를 써서 거짓말의 위험성을 경계했고, 최삼임 교수는 “세상을 속여서 이름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은 반드시 일정한 형(形)이 없는 것에 의탁한다라”는 내용의 화론 문장을 써서 거짓의 폐해를 지적했다. 

이 외에도 모든 회원 교수들이 다 서예작품을 통해 거짓말의 폐해를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작품을 창작하는 데에 사용한 자체도 많은 자체 중에서 가장 정직한 자체라고 할 수 있는 해서체를 선택하여 모든 회원들이 해서 작품을 의무적으로 한 점씩 제작함으로써 기초부터 정직하게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붓을 잡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양오봉 총장은 축사를 통해 “로보 사피언스(Robo Sapiens) 시대에 더욱 빛나는 서예를 추구하시는 시엽 회원 교수님들께 깊은 존경과 함께 부러움을 표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14일까지 이어진다. 장소는 전북대 박물관 전시실이다.
     
전북대 교수서예동호회 ‘시엽(柿葉)’의 지도를 맡고 있는 김병기 명예교수는 거짓말을 않기 위해서는 남을 속이려는 약삭빠름보다 ‘두터운’인품으로 두터움 삶을 살아야 함을 강조하고, 잘난 체 영리하기 보다는 바보스런 듯이 사는 삶이 훨씬 정직하고 지혜로운 삶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후(厚)」와 「수졸(守拙)」 두 작품을 출품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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