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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경제안보·주택·기후변화·K-라이프를 주목하다
AI·경제안보·주택·기후변화·K-라이프를 주목하다
  • 이영한
  • 승인 2023.11.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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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초긴축의 해, 지속가능발전 5개 지지대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명예교수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건축학)를 비롯한 지식인 32명이 과학·경제·사회·환경·문화 분야의 33개 주제로 2023년에 이어 『2024 대한민국 대전망』을 출간했다. 이 책의 가치는 2024년을 한 방향이 아니라 동서남북과 중앙의 오방(五方)에서 종합적으로 바라본다는 데에 있다. 한쪽에서만 바라보면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다. 오방의 5개 지지대는 보다 입체적인 관점에서 2024년을 전망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국내외 많은 전문기관은 2024년을 초저성장과 긴축의 해로 전망한다. 2024년 정부 예산안 총지출은 656조9천억 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단지 18조2천억 원(2.8%)이 증가한 초긴축 편성이다.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4%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며,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올해 수준보다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2024년 예상 경제성장률은 물가상승률보다도 낮고,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해로 전망된다.

수출증가율, 소비증가율, 시설투자비 등도 마찬가지이다. 경제·안보·기후변화 등 글로벌 위기가 돌발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국내도 경기 침체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을 것이다. 이렇게 어렵고 불확실성이 높은 때일수록 지속가능발전 모델의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2024 대한민국 대전망』(지식의 날개)은 ‘한국 지속가능발전 모델’을 틀로 집필되었다.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집이 세워지기 위해서는 지지대가 있어야 한다. UN은 지속가능발전 모델로 사회·경제·환경의 3개 지지대(pillars)를 제시했다.

필자는 2015년에 이 모델을 한국적 상황에서 과학과 문화를 추가하여 5개 기둥(columns) 형태로 변형시킨 ‘한국 지속가능발전 모델’을 제시했다. 중앙 기둥은 문화로 그리고 동서남북에 사회·경제·환경·과학 네 개의 기둥을 세웠다. 문화를 중심으로 본 것은 문화는 하트(heart)로, 치유와 통합 그리고 희망의 에너지를 주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경사나 애사나 가리지 않고 떼춤과 떼창 한마당을 하며 면면히 이어져 왔다. 문화는 가슴이며, 과학은 머리, 경제는 배, 사회는 팔, 환경은 다리라고 볼 수 있다. 사람에게 가슴·배·머리·팔과 다리가 모두 있어야 하는 것처럼, 한 국가나 조직은 문화·과학·경제·사회·환경이 각각 건강하면서 상호 선순환해야 지속가능발전이 이루어진다.

5개 기둥은 각각 고유의 가치가 있다. 문화 기둥은 ‘포용력 (tolerance)’을, 과학 기둥은 ‘혁신력(innovation)’을, 경제 기둥은 ‘활력(energy)’을, 사회 기둥은 ‘균형력(balance)’을, 환경 기둥은 ‘회복력(resilience)’을 그 기본 가치로 한다. 과학 혁신력, 경제 활력, 사회 균형력, 환경 회복력, 문화 포용력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은가? 그럴 때 대한민국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2024년 5대 빅 이슈

지속가능발전 5개 지지대로 2024년 5개의 빅 이슈를 추출했다. 

첫째, 과학 혁신에서는 AI가 시대를 이끈다는 것이다. AI는 인간 활동의 전 범위에 걸쳐서 혁신을 주도하고, 전 산업과 전 사회의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또한, 2024년 4월 총선에서 ‘AI 딥페이크 뉴스’를 악용한 불법 선거 가능성이 있다. 관련 법과 제도를 점검하고 필요시 조속히 개정하고 정비해야 한다. 빌 게이츠가 말한 바와 같이 “AI는 판도라 상자”다.

둘째, 경제 활력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일이 합종(合從)을 하면 중국과는 연횡(連橫)을 모색하는, 원칙적이면서도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과는 군사동맹을 넘어서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성이 있으며, 내용이 좀 덜 채워졌다고 하더라도 대못을 박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중국은 ‘공동부유사회 실현’이라는 사회주의적 ‘큰 모험적 실험’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과는 지금까지 쌓아 온 신뢰와 협력을 더해 가면서 동시에 사회주의 강화와 군사적 패권 리스크를 줄여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중 정상회담을 2024년 벛꽃 피기 전에 개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연횡의 첫걸음일 것이다. 

셋째, 사회 균형력의 핵심은 주택 문제에 있다. 주택 대란의 해법은 현재 자가보유율 60%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부담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을 대량 공급하고 다음으로 지속가능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초과, 시중금리 4% 초과, 40년 초과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지속가능하고 볼 수 없다. 그리고 공공주택 정책을 공공분양주택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가는데, 공공분양주택 100만호 뉴딜을 검토해 볼 시점이다. 

넷째, 환경 회복력에서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 최하위 국가다. 과거에는 없던 혁신적 대책이 필요하다. 도시는 세계 탄소 배출량의 80%를, 건물은 세계 탄소 배출량의 38%를 차지한다. 기존의 콘크리트 도시를 녹색도시 탈바꿈해야 한다. 도심 중심부의 보행 중심화, 건물 옥상의 녹화, 차로를 대폭 줄여 자전거 도로와 보도로 바꾸는 등의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외부 에너지 공급 없이 스스로 돌아가는 제로에너지건물(ZEB) 시대를 앞당길 수 있도록 과감한 인센티브 행정을 펴야 한다. 

다섯째, 문화 포용력의 대표적 트랜드는 K-Life로 진화한 한류라고 보았다. 영국 월간지 <모노클>은 한국은 소프트파워 슈퍼스타 세계 2위로 평가했는데, 한류의 역할이 매우 컸다. 한류는 이제 전 세계인을 위한 우정의 식탁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아웃바운드 한류가 대세였다면, 2024년 이제는 인바운드의 가세 열기도 대단할 것이다. 

2024년, 회복의 조짐이 움틀 것

대한민국은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 세계 5위권 국가다. 또한 큰 위기 때마다 선전(善戰)했고 도약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방위산업이 세계적으로 조명받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세계적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았다. 한국은 단단한 나라며, 위기는 도약의 기회임을 수차례 입증한 바 있다.

2024년에는 경제 활력에 대한 우려가 많으나, 정보통신주도국가 경험을 기반으로 한 AI 혁신력과 K-Life의 포용력을 지지대로 삼아 회복의 조짐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명예교수·지속가능과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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