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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영수의 조선 원폭 피폭자 위령비 공동참배를 보고
한일 영수의 조선 원폭 피폭자 위령비 공동참배를 보고
  • 송상용
  • 승인 2023.11.07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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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 송상용 한림대 명예교수(과학사·과학철학)

 

송상용 한림대 명예교수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수상과 함께 1970년 히로시마에 세워진 조선인 원자폭탄 피폭자 위령비를 참배했다. 한국의 미국·일본과의 협력에는 문제가 많지만 너무나 당연한 예의가 폭탄이 떨어진 지 77년만에 처음 이루어진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이 떨어져 2차대전이 끝난 것은 세계사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나는 외국인이 나이를 물을 때 가끔 일본이 중국을 침략한 해에 태어났다고 답한다. 1937년 생이다. 일제시대에 군가를 부르며 국민학교를 한 해 다녔고, 1945년 서울 상공에 뜬 B-29 폭격기도 보았다.

해방 후에는 덕수궁 미소공동위원회를 지킨 소련군 병사를 보았고 6· 25 전쟁 때는 피난 가다가 용인에서 중공군을 만났다. 중학생 때 김구 장례식에 갔고, 고등학교 때 이승만을 적십자사에서 만났다. 대학 5학년 때 4·19 학생 데모를 인도로 따라가다가 국회 앞에서 마지막 5분 동안 참여했고, 5·16 때는 육사 출신 친구 임동원을 찾아가 전망을 물었다. 

1965년 한일 국교가 열렸을 때 우연히 인도 국제 모임에 가느라고 일본에 두 번 들렀다.  1974년부터 국제회의 참석차 일본을 거의 해마다 갔고, 대학 연구원·객원교수로 몇 달 머문 일도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여러 번 갔고, 히로시마 근처에서 학회가 열렸을 때 원폭을 겪은 일본 학자 나카야마가 미국 학자 시빈에게 히로시마를 보여 주었을 때 굉장히 괴로워하더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나는 1986년 서울에서 무세중이 연출한 반핵 연극 「히바쿠샤」(피폭자)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는 히바쿠샤』(1984)의 원작자는 한국 출신 미국 철학자 카이 홍(홍기로)으로서 내 친구가 되었다. 김영주라는 한국 여자 피폭자의 비극은 한국의 반핵운동을 일으켰다. 징용이나 정신대로 끌려간 한국인들이 원폭의 희생자가 되었으나 보상을 받지 못했고, 한국 정부도 대책을 세우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히바쿠샤와 원자력’이라는 글을 신문에 썼고 환경운동에 참여했을 때는 반핵운동에 적극적이었다. 과학사와 생명윤리 학회 활동을 하면서 원자탄에 관한 중요한 주제 발표는 「서양과학사학자가 본 동아시아의 전쟁과 의학」(서울대학교병원 병원사문화연구소 국제심포지엄, 2010)이 있다.

일본은 원자폭탄 피해를 잘 수습하고 연구했으나 정부가 정확한 피해자의 수를 발표한 일은 없다. 학자들의 통계는 히로시마 7~8만 명, 나가사키 4~7.5만 명이고 조선 교포들은 히로시마 3~5만 명, 나가사키 1~2만 명이다. 교포들이 꽤 많은데 2016년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히로시마에 갔을 때 조선 교포 희생자는 몇 천 명이라고 들었다고 영국 신문에 보도되었다. 미국은 일본과 한국에게 원자탄 투하를 사과해야 하고,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는 조선 교포들의 희생을 제대로 보상하지 않은 것을 사과해야 한다. 

내가 중국·일본과 함께 창립을 주도했고 회장을 지낸 아시아생명윤리학회에서는 중국학자가 일본 의사들이 중국에서 만든 생물학 전략 ‘731부대’가 3천 명 이상의 외국인들을 희생시켰는데 미국이 처벌을 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미국·독일·중국·일본(츠네이시·츠치야·모리오카) 학자들이 오랫동안 적극 참여했으나 한국 학자들은 큰 관심이 없었다. 뉴질랜드에서 활동하는 중국학자 니 징바오는 중국·대만과 남·북한 정부가 모두 관심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에 있는 내 손자가 “독도는 한국 땅인가 일본 땅인가?”를 물어 왔다. 나는 독도에 가 보았고 독도가 자기 나라 땅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한국과 일본 박물관에서 보았고 일본 국제법학자의 강의도 들어 보았다. 독일은 보수·진보와 관계 없이 모든 지도자들이 동부 영토를 포기했고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거듭 사과했다. 독일은 온 세계가 존경하는 나라가 되었다. 일본은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어 큰 죄를 지었다. “일본은 독일을 본받아 독도가 저희 땅이라는 주장을 버려야 한다.” 내가 보내려는 답이다.

송상용 한림대 명예교수(과학사·과학철학)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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