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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의 집은 어디인가
모나리자의 집은 어디인가
  • 김재호
  • 승인 2023.10.31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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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연 지음 | 역사비평사 | 432쪽

이 책은 우리가 지키고 보호하며 미래 세대에게 넘겨줄 문화유산의 도난과 약탈, 환수에 관한 이야기다. 문명 세계에서 벌어진 잔혹한 약탈과 서구 박물관에서 버젓이 전시되는 예술품, 그리고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불편하지만 직시해야 할 시선, 나치 약탈품을 되찾는 지난한 역사를 살펴본다.

세계적 슈퍼스타의 의도치 않은 장물 취득
출처 확인을 게을리할 때 벌어질 수 있는 일

재료의 원산지 정보를 표기할 때 보통 ‘출처’라는 말을 쓰는데 사실 이는 문화유산에 사용되는 개념이었다. 문화유산에서 출처의 정확한 의미는 “발견되거나 창작된 시점에서부터 현재까지의 박물관 자료에 관한 모든 내력 및 소유권 전반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진위 여부와 소유권을 결정한다.”

이 출처 확인을 소홀히 함으로써 곤욕을 치른 영화배우와 가수가 있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이자 슈퍼스타 니컬러스 케이지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그리고 1980년대 세계적 인기 뮤지션 보이 조지다. 이들은 합법적인 경매를 통해 물건을 사고,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미술상에게 제 돈을 주고 그림을 샀지만 모두 문제가 되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1985년 런던의 한 골목에서 판토크라토르(그리스도상)를 구입해 집 거실에 걸어놓은 보이 조지는 2008년 TV 인터뷰 방송을 하면서 집을 공개했다. 카메라가 거실을 한 바퀴 도는 순간, 그 찰나의 때를 키프로스 정교회 소속의 주교가 놓치지 않았다.

그 판토크라토르는 1974년 튀르키예가 키프로스를 침공했을 때 차랄람보스 교회에서 약탈했던 문화유산이었다. 보이 조지는 장물인지 모르고 성화를 구입했던 것이다. 주교는 보이 조지 측에 연락했고, 상황을 전해 들은 보이 조지는 판토크라토르 반환에 흔쾌히 동의했다.

1974년은 키프로스 문화유산의 약탈 여부를 판별해줄 수 있는 ‘결정적 시점’이라고 일컬어진다. 만약 판토크라토르를 취득하고자 한다면 1974년 이전에 누구의 소유였는지, 영수증이나 기록은 조작되지 않았는지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문화유산의 출처를 정확히 파악했을 때만이 취득의 적법성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니컬러스 케이지는 경매를 통해 구입한 공룡 화석을 몽골에 반환해야 했고,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지인에게 선물 받은 그림을 스스로 FBI에 양도해야 했다. 모두 출처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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