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5:10 (토)
자본주의의 가장 큰 적은 ‘불평등’
자본주의의 가장 큰 적은 ‘불평등’
  • 김병연
  • 승인 2023.11.01 0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자가 말하다_『자본주의의 미래』 김병연 외 4인 지음 | 아카넷 | 312쪽

자연의 진화가 일궈낸 선물인 자본주의 경제체제
자본주의·민주주의가 선순환 구도 형성하도록 해야

자본주의는 유효시한이 지난 체제인가. 과연 자본주의에 미래는 있을까. 이에 대한 논란은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형성된 이후부터 끊임없이 계속됐다. 자본주의 덕분에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의 일인당 평균 소득이 생존 수준을 넘어섰지만 자본주의는 여전히 애증의 대상이다. 먹고사는 문제일 뿐 아니라 과거보다 또 타인보다 더 잘 살고 싶은 문제와 연관되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성과에 만족하기는 쉽지 않다. 그럴수록 자본주의를 변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자본주의를 제대로 알고 있나. 자본주의는 무엇이며 자본주의를 대체한다면 어떤 체제가 대안인가. 개선이 필요하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이런 주제에 대한 이해와 고찰 없이 체제 변혁을 논의하는 것은 사상누각이다. 위험하기조차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을 통해 미래를 체계적으로 조망하는 연구는 드물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새롭다. 

『자본주의 미래』는 자본주의의 과거, 현재와 미래를 심층적으로, 그리고 포괄적으로 분석한다. 경제학·정치학·사회학·인류학을 전공한 다섯 명의 연구자가 자본주의를 여러 분야에서 숙고한다. 이 책의 첫 장은 자본주의를 경제체제라는 시각에서 형성과 변화, 발전과 도전을 다룬다. 이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결합의 지속성 여부를 따지고 권위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의 상호 조응 가능성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다음으로 컴퓨터·인터넷·인공지능 등 범용 기술의 발전과 자본주의와의 상호작용을 논의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변화가 어떻게 기업을 유연화·다양화하고 복잡성을 증가시켰는지를 고찰한다. 마지막으로 자본주의와 노동문제를 ICT 기업의 사례를 통해 빛과 그림자를 조명한다. 이 책은 학술적 깊이를 갖추면서도 일반인도 읽기 어렵지 않게 서술됐다. 또 자본주의 한 부분만을 보지 않고 그 전체를 화폭에 담으면서도 세밀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 했다. 

이 책에 따르면 기술·기업·노동·불평등과 환경위기는 자본주의의 미래를 전망하는 데 필수적인 키워드다. 기술이 발전하면 자본주의는 없어질까. 환경위기는 자본주의로써는 해결 불가능한가. 공유경제와 AI는 사회주의를 소환할 수 있을까. 범용 기술의 발전은 불평등을 초래할까, 아니면 시간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까. 이익 추구에 기반한 자본주의와 기업의 공생은 미래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자본주의 첨단이라 할 수 있는 ICT 기업은 일과 여가의 균형을 보장해 주는가. 이 책은 이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제공한다. 그러면서 저자들은 자본주의의 가장 큰 적은 불평등이라고 주장한다. 불평등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바람직한 결합을 무너뜨리고 대안적 체제의 검증되지 않은 장점을 부각시키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섣불리 대체하려는 시도의 위험함을 지적한다. 이미지=픽사베이

이 책은 경제체제를 섣불리 대체하려는 시도는 위험함을 지적한다. 어찌 보면 자본주의 경제체제라는 제도는 인간 지혜의 산물이라기보다 자연의 진화가 일궈낸 선물이다. 사회주의라는 인공산이 체제의 개선은커녕 재앙을 초래했던 결과와 비교하면 자연산의 장점과 내구성이 분명히 드러난다. 

하지만 인간의 의식적 노력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자본주의를 보수(補修)해 왔다. 그리고 역사상 지금만큼 자본주의의 개선이 필요한 때도 드물 것이다. 저자들은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의식과 연대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정부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조절하고 계도함으로써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선순환 구도를 형성하도록 시민과 정부의 의식적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이 책은 대우재단 학술사업으로 기획된 공동연구의 첫 결과물이다. 저자들은 열 번 이상의 비대면, 대면 회의를 통해 생각을 나누고 소통했다. 코로나 시대에 저술되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출간되어서인지 “미래”라는 단어의 울림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렇다. 미래를 물어야 현재가 보인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