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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삼으로부터
오삼으로부터
  • 김재호
  • 승인 2023.10.11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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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옥·결 지음 | 니은기역 | 108쪽

복원된 반달가슴곰은 인간의 소유물인가?

먼 곳으로 떠나던 오삼이는 왜 자꾸 붙잡혀 왔을까?

우리는 야생동물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오삼이의 길을 따라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방법을 찾아가는 이야기

반달가슴곰 오삼이(KM-53)이상한 곰, 곰 세계의 ADHD’ 같은 인간중심 사회가 만든 별칭을 가졌었다. 인간이 정한 서식지인 지리산을 떠났다가 강제로 붙잡혀오기도 하고, 멀리 떠나다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던 특이한곰이었다. 2015년에 태어난 오삼이는 올해 6월 마을에 내려왔다는 신고로 붙잡혀야만 했고, 마취 과정에서 죽고 말았다.

글 지은이 윤주옥은 인간의 시선으로만 반달가슴곰을 제한하는 일을 그만두자고 말한다. 반달가슴곰 오삼이가 인간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 보자고 손을 내민다. 야생동물이 살 곳은 야생동물 스스로가 결정해야 하며,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방식은 인간중심 사회가 아닌 비인간동물과 인간동물이 현장에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오삼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책에 담았다.

그림 지은이 결은 오삼이가 자기 습성대로 마음껏 자연을 돌아다니는 순간들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좋아하는 열매를 보고, 바람과 대화를 나누고, 인간이 놓은 덫을 피해 가는 여정을 반달가슴곰의 시선에서 표현해 동물이 동물답게, 자연스럽게사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하기 위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앞에서는 편지글이 시작하고,

뒤에서는 그림책이 시작하여 서로 만나는,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을 표현한 책

앞에서 시작하는 편지글과 뒤에서 시작하는 그림책이 서로 만나는 흥미로운 구조로 돼 있다.

지리산 생명 활동가 윤주옥이 오삼이에게 보내는 편지(1)가 앞에서 시작하고, 뒤에서는 오삼이가 자유롭게 일상을 보내는 그림책(2)이 시작해 교차하는 구조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을 상징하는 장치다.

반달가슴곰을 더 알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13가지 질문과 대답

- 왜 반달가슴곰을 복원해요?

- 가슴에 있는 반달 무늬는 모두 같은 모양인가요?

- 반달가슴곰은 무얼 먹어요?

- 반달가슴곰이 사람을 해치면 어떡해요?

- 반달가슴곰처럼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들이 있나요?

- 지리산 꼭대기 가까이에 난 도로가 있던데, 이런 도로들 때문에 오삼이가 죽을 수도 있나요?

이 책은 반달가슴곰 특징과 생애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어쩌다가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에 처했는지, 생태계에서 포식자가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지, 숲을 관통하는 도로가 생기는 게 야생동물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기후변화로 지리산 생명들이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와 같은 반달가슴곰을 둘러싼 사회적 생태적 질문을 푸는 데도 도움이 될 책이다.

오삼이는 인간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반달가슴곰, 그리고 야생동식물과 함께 살기 위해

인간동물이 할 수 있는 일

오삼이는 별이 되었지만, 이 땅에서 여전히 인간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비인간동물은 제2, 3의 오삼이이며 더는 잃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 인간이 야생동물의 터전을 파괴하고, 그 삶터를 제한하며 지금처럼 계속 기후위기가 심해지게 두면 소중한 이들을 잃게 되리라고 오삼이는 경고한 셈이다.

지은이는 반달가슴곰만이 아니라 우리 곁의 모든 생명체를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해주기를 바란다. 야생동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기를, 인간의 통제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를, 또 실생활에서 지켜야 할 약속을 함께해 주기를, 숲을 파괴하려는 인간동물에게 하지 말라고 말해 주기를, 마지막으로 있음을 기억해 주기를 당부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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