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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형당 만필
낭형당 만필
  • 김재호
  • 승인 2023.09.26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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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배근 지음 | 늘봄 | 352쪽

교수에서 농부로, 소설가로

2007년 8월 말 정년퇴임 후 나는 시골에 와서 살고 있다. 산골짜기에, 동네와는 꽤 떨어진 독립 전원가옥에 칩거 중인 나에게 요즈음 유일한 대화상대는 나보다 네 살 연하인 머리털 하얀 내자뿐이다. 주로 밥상머리에서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걸 글로 쓰고 싶은 생각이 간혹 든다. 그래서 소일(消日) 삼아 틈틈이 끄적여 보았다. 난생처음으로 콩트라는 것도 써보았고, 엽편소설이라는 것도 써 보았다. - 서문 중에서

우리나라 언론학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차배근 교수다. 차 교수가 쓴 『커뮤니케이션학 개론』(1976년)은 지금도 대학 강단에서 교과서로 사용되고 있는 스테디셀러이고, 또 언론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수훈하기까지 했다.

차 교수는 정년퇴임 후 경기도 화성 괘랑리에서 농부의 삶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연구를 그만둔 것도 아니었다. 낮엔 농사짓고 밤에 연구하여 2022년 『우리나라 전통 신문 조선시대 조보 연구 : 조선왕조실록사료를 바탕으로』란 연구서를 서울대출판문화원에서 펴냈다. 이 책은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반딧불과 벗 삼아 주경야독하는 삶이 차 교수의 낭만과 문학소년의 감성을 깨어나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글 저 글 써보았다. 이에 대해 차 교수는 “내자와 밥상머리에서 주고받은 이야기를 글로 옮겨본 것”이라고 겸손해한다. 그러나 그가 만필로 쓴 수필들은 읽는 재미가 있고, 꽁트나 엽편소설에서는 위트와 재치는 물론 삶의 지혜와 연륜마저 느껴진다. 그렇게 차 교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언론학자에서 소설가가 되었다.

이 책은 5편으로 구성되었는데 1편 만필, 2편 회고, 3편 농촌 일기, 4편 꽁트, 5편 엽편소설로 모두 72꼭지의 글이 실려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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