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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하라
#가속하라
  • 김재호
  • 승인 2023.09.26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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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맥케이·아르멘 아바네시안 엮음 | 김효진 옮김 | 갈무리 | 544쪽

가속주의는 현시대의 어떤 정치적 이단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우리는 모두 사실상 가속주의자이다. 우리 사이에는 감속주의자와 운명론자가 있음이 확실하지만, 그중 실제로 인터넷 연결을 끊고 전화기를 팽개쳐 버리고서 숲속의 오두막에 살러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본화된 우리는 고통 받고 있지만 치료법과 바셀린을 혐오한다. 우리는 당신들이 가장 어리석다고 판단하는 양적 과잉 아래서 폭발하는 쪽을 선호한다. ― 장-프랑수아 리오타르

『#가속하라』는 현대 철학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한 정치 사조와 관련된 대단히 긴급한 텍스트들의 모음집이다. 이 책은 가속주의적 충동을 추적하며 그것의 계보를 제시한다. 1990년대 영국의 음지 사이버 문화와 닉 랜드, 세이디 플랜트, 이에인 해밀턴 그랜트, 그리고 CCRU의 이론-픽션을 거쳐서 1980년대의 문화적 지하(레이브, 애시드 하우스, SF 시네마)를 가로질러 1968 혁명 이후 시기의 열광적인 동요를 품고 있는 원천들로 되돌아간다. 이 특이한 선집에 수록된 글들에는 나중에 그 저자들과 강단 맑스주의자들이 공히 부인할 타는 듯한 허무주의적 주이상스가 가득하다.

가속주의자들은 현시대의 혼란과 두려움 속에서 아래로 질주하기보다는 오히려 가장 가파른 경사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어서 한 경사면을 오른다. 오늘날 가속주의는 일종의 문화적·정치적 힘이다.

가속주의는 아직 불완전하게 전개된 잠재태들의 탐지와 현실화의 실천으로, 열의의 규율, 무명의 조류 흐름을 환영하기에 대한 열정으로, 되돌아오기에는 너무 늦도록 당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만큼 일찍 미래에 굴복하는 무모한 성실성으로 간주된다. 『#가속하라』는 미래성과 기술, 정치, 향유, 자본에 관한 역사적 대화를 활성화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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