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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수 문제를 다루는 중국의 자세
처리수 문제를 다루는 중국의 자세
  • 조대호
  • 승인 2023.09.26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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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학은 지금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박사과정

최근 중일 관계는 일본의 원전오염처리수(이하 처리수) 방류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얼마 전 일부 일본의원들이 대만과 독자적인 교류를 진행하면서 중일 관계가 일시적으로 경색된 바가 있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중국 언론이 일본의 처리수 방류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주일중국대사마저도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수입금지가 마땅하다고 거들자 중국 내 반일감정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중국에서 위챗을 통해 떠돌고 있는 영상 중에는, 남색 옷을 입은 행인이 ‘일본투항’이라는 글자가 새겨긴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이성적이지 못하고 쇼비니즘에 가깝다”라고 비판하는 장면이 담긴 게 있다. 이 영상은 금세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그 주목의 양상은 일본을 두둔하고 있다는 남색 옷을 입은 행인이 ‘친일파의 후손’이거나 ‘일본의 개’라는 등 무차별적으로 비난하는 것이었다.

이밖에도 중국 내에서 일본 후쿠시마에 국제전화를 걸어 일본인에게 욕설을 하거나, 중국 내 편의점에 있는 일본제품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영상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하나같이 소동을 벌인 이들을 애국자로 칭송하는 분위기다. 마치 2012년 중일 간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갈등에서, 일부 중국인이 일본차를 운전하는 사람을 친일파라 매도하고 차를 부수었음에도 비난받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뉴스뿐만 아니라 학계의 학술잡지에서 발표하는 논문도 자극적인 주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모 역사학 학술잡지에서는 ‘일본의 대륙침략과 세균전’을 주제로 한 논문이 게재됐으며, ‘남경대학살에 대한 재조명’ 같이 반일감정을 부추기기에 충분한 내용을 담은 글이 논문이란 형식으로 발표되고 있다. 사회 전분야가 반일정서로 휩싸인 까닭에 주중일본대사관에서는 교민에게 밖에서 일본어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고까지 했다. 

일본의 처리수 방류에 중국은 일본 수산물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 조치를 내렸다. 사실 이와 같은 중국의 조치가 이해하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만약 처리수가 문제가 있다면 적어도 5년과 10년 멀게는 30년에 해당하는 해양수산물을 경계해야 마땅하다. 지금 당장 내린 조치는 지극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중국 해안가에 설치된 원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가 국제법을 준수하여 방류한 일본의 처리수의 기준치보다 훨씬 초과되었다는 보도도 있다. 중국은 자국 연안에서 잡혀 들어오는 해산물을 더 경계하는 게 더욱 마땅하다. 물론 일각에서는 일본이 발표하는 여러 수치가 조작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이마저도 믿지 않으면 도대체 무엇을 신뢰해야하는가 되묻고 싶다.

또한, 한국과 중국의 국민들이 처리수 방류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다. 한국은 처리수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높더라도 일본 정부와 일본인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나 시정조치를 요구하기보다는 우리 정부에게 먼저 항의를 표현하며 일본과의 교섭을 촉구한다. 반면, 중국은 정부에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이 “정부에 ‘반(反)’함을 표시하는 것”과 같다고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한다.

그래서 애먼 일본인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이들에게 겁을 주어 일본 정부 스스로가 자정하기를 바라고 있다. 일본에 대한 중국 시민의 증오가 지금보다 더욱 커진다면 중국 정부가 이들을 통제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중국 시민의 거대한 불만이 정부를 향한다면 이 또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 수 있기에 중국 정부는 이를 조용히 지켜보며 반일정서를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만큼이나 한국도 처리수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전과는 달리 한국에서 일본을 향해 극단적인 행동을 표하는 사람이 현저하게 줄었다. 일본을 대화의 장에 끌어들이고 주변국과의 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진행하면 처리수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저 위에서 상술한 바와 같이 선전·선동을 통해 애꿎은 일본인에 대한 혐오만 부추긴다면 국가 간, 시민 간 혐오의 골만 깊어질 뿐 문제를 해결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베리아지역 화교와 한인 공산주의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근현대사가 전공이다. 주요 연구영역은 중국공산당사, 국제공산주의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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