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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2023 가을 144
역사비평 2023 가을 144
  • 김재호
  • 승인 2023.09.12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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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사 | 438쪽

정전 70주년, 전쟁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는 사회사적 시도
― 민족, 국가, 체제 중심을 벗어나 다양한 계층,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다

남북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꽉 막혀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맞서 ‘힘에 의한 능동적 평화’를 내세우며 ‘선제타격’을 공공연하게 외치고 있다.

민주적, 진보적 사상을 가진 사람들을 사실상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간 대통령의 올해 광복절 경축사는 그 정점에 있다. 여러 번의 남북정상회담 및 중요 합의를 거치며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평화의 기틀이 무너지고 한반도에는 다시 과거와 같은 긴장이 엄습하고 있다.

분단시대의 모순이 최절정에 달했을 때 발생하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우리는 이미 그 경험을 한 바 있으며, 2023년은 전쟁이 잠시 멈춘 ‘정전’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6·25 정전 70주년과 한반도의 사회사: 전후 북한의 삶과 평화통일의 미래 비전’이라는 주제로 특집 논문 4편을 실었다. 그동안 민족, 국가, 체제 중심으로 다루어진 전쟁 연구를 확장시켜, 전후 다양한 계층, 집단, 개인들의 삶을 사회사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시도다.

먼저 유임하는 북한 인민들의 생활세계와 삶의 공통감각에 주목하면서 북한의 문학예술이 ‘정전 이후 전후복구라는 현실과 인민’을 어떻게 재현했는지 그 사회문화적 함의는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하신애는 정전 이후 북한의 월간 종합문예지 『조선문학』에 수록되었던 기행문·번역문학을 분석함으로써, 북한-동유럽 간 문화교류를 고찰하고 나아가 한반도 문화교류의 궤적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했다.

한성훈은 해방 이후부터 전쟁 때까지 이북에서 남한으로 와서 한동안 정착한 후 남미로 다시 이주한 이산가족의 서사 및 그들의 가족 찾기를 다루고, 분단사회를 인식하는 관점에서 이산가족들이 자신을 껴안은 방식을 해석하였다.

끝으로 이세영은 감옥에서의 비인간적인 고문과 폭력을 견디지 못해 ‘강제전향’한 장기수들을 통해, 20세기 한반도 내 폭력 구조의 틈새에서 역동한 주체들의 복잡다단한 역사상을 복원하고자 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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