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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배새매의 계절
붉은배새매의 계절
  • 김재호
  • 승인 2023.09.05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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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성 지음 | 216쪽 | 푸른사상사

매와 소년이 나누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우정

오랜 시간 생태적 사유와 종교적 상상에 천착해온 김옥성 교수(단국대 국어국문학과)가 생태주의 성장소설 『붉은배새매의 계절』을 펴냈다. 자연과 새를 사랑하는 한 소년과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붉은배새매가 나눈 아름다운 우정의 드라마가 이 책에 펼쳐진다. 

『붉은배새매의 계절』은 숲속을 탐험하고 자연을 가로지르며 뛰어놀던 유년 시절을 겪은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붉은머리오목눈이, 굴뚝새, 동박새, 촉새, 휘파람새, 곤줄박이, 노랑턱멧새, 할미새, 직박구리…… 새들이 날아오르며 내뱉는 소리를 듣고 자연과 친구 되어 함께 교감하고 성장하는 이 이야기는 현대인들의 잃어버린 동심과 생태를 고스란히 복원한다.

도로는 온통 아스팔트로 뒤덮이고 공기와 물과 땅이 죽어가며 뭇 생명이 고통받는 오늘의 시대에 생명력과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1980년대 농촌 마을이 배경인 이 소설은 저자가 어린 시절 붉은배새매를 구조하여 기른 체험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둥지를 찾아 숲속을 탐험하던 소년은 만화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거위나 기러기를 타고 세계를 일주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초등학교 4학년으로 진급하며 조류학자라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된 소년은, 어느 날 운명적인 사건을 맞이한다. 여느 때처럼 새들을 찾아 관찰하던 소년은 둥지에서 떨어져 다친 아기 새를 발견한 것이다. 소년은 온갖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어엿한 어른 새로 키워낸다.

그 과정에서 야생에서 살아가는 매를 길들여 친구로 만드는 용기와 인내, 아무 대가도 목적도 없는 사랑, 만남 뒤에는 이별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때로는 동화적인 발랄함으로, 때로는 진지함으로 자연과 인간의 접촉과 교감의 과정을 경이롭게 그려내고 있다. 자연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소년의 모습은 생태적 학습과 성장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청소년들에게는 생태주의 성장소설로서의 교육적 의미가 있으며, 어른들은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로 초대받을 수 있다.

애조인들은 야생 맹금의 생태에 대한 살아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숲의 나무들이 햇살과 물을 나눌 때 더 튼튼히 자랄 수 있듯, 서로를 보살피며 함께 살아가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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