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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구조개선법, 큰 그림 없이 문 닫는 데만 집중”
“사립대 구조개선법, 큰 그림 없이 문 닫는 데만 집중”
  • 강일구
  • 승인 2023.09.04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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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수연대회의 ‘사립대 구조개선법’ 비판 성명
“9년 전 법안보다 퇴행…현 법안은 기본계획 수립 언급도 없어”
전국교수연대회의는 4일 성명을 통해 현재 발의된 4개 '사립대 구조개선법'이 사리대학 운영자에게 편향된 부분이 있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사립대의 구조개선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발의된 4개의 ‘사립대 구조개선법안’은 사학 법인의 이익 확보에만 기울어져 있다”, “일부 위기 대학의 퇴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한국 대학 생태계 전반을 구조조정하고 혁신하는 큰 그림과 이를 뒷받침할 법률이 필요하다.”

전국교수연대회의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4개의 ‘사립대 구조개선법안’을 모두 철회하라며 4일 성명을 발표했다.

교수연대회의는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모두가 고등교육 생태계의 미래를 설계하는 큰 그림이 빠진 채 일부 대학을 순조롭게 문을 닫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사립대 구조개선법’은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문정복 의원,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정경희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교수연대회의는 이들 법안 내용은 박근혜 정부 시기에 발의됐던 관련 법률안에 비해서도 대폭 후퇴했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나온 법률안 중 안홍준·김선동 법률안은 모두 교육부장관이 3년마다 대학구조개혁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반면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법률안은 하나같이 대학구조개선의 기본방향이나 기본계획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라고 비판했다. 

교수연대회의가 말한 박근혜 정부에서 발의된 법안은 김희정·안홍준·김선동 의원이 각각 발의한 것을 가리킨다. 2014년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은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자 비판에 직면했고, 이후 유사한 내용으로 2015년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 했으나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 김선동 새누리당 의원 발의한 법안도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해산장려금을 포함해 사립대가 해산될 때 운영진에게 돌아갈 잔여재산에 대해서도 이전 법안보다 후퇴됐다고 평가했다. 2016년 김선동 의원안은 △학생 등록금 환불액 △문을 닫는 법인 또는 대학의 교직원 인건비 △명예퇴직수당 또는 보상액 △생계안정·재취업 및 직업훈련 등의 비용 △국가 예산으로 구입한 재산 등을 뺀 나머지 등으로 잔여자산처분 범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했지만, 현재 발의된 법안은 규정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가령, 문정복 의원안은 “폐교대학은 소속된 재학생이 폐교 이후 편입학을 포기한 경우 잔여재산의 범위 내에서 학업중단에 대한 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다”, “면직 교직원에 대해 잔여재산 범위 내에서 면직보상금 또는 퇴직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다”라고 돼 있는데 해당 내용은 이전 법안에 비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교수연대회의는 현재 발의된 법안에 의해 지역에 기여할 잠재력 있는 대학이 먼저 문을 닫게 돼 지역소멸이 빨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재정 여력도 충분한 대학이 토지와 건물의 입지 조건이 매각에 유리해 먼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순조로운 재산처분이 가능하면 이를 실행해 최대 100분의 30에 해당하는 몫을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이 몫은 경우에 따라 수백억 원을 넘을 수 있으며, 애당초 출연자가 고등교육을 위해 내놓은 액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대학 운영진이 학교를 없애고 잔여재산을 공익법이나 사회복지법인의 재산으로 출연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사학비리세력이 대학을 없애고 잔여재산을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에 출연한 후, 법적으로 이들 법인이 학교법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산이 손쉬운 점을 악용해 해당 법인을 다시 해산하는 방식으로 공공재인 대학의 자산을 전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해 대학의 폐교 여부가 개별 대학의 경영진단에 따른 회생 가능성을 따져 결정되기 때문에 지역경제, 지역 산업이나 대학의 생태계를 전반적으로 고려하는 거시적인 국가정책이 작용할 여지가 없다고도 했다. 

교수연대회의는 ‘사립대 구조개선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지난 5월에 있었던 단 한 번의 공청회로는 사회적 공론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전국 대학과 대학교수·직원·학생들의 목소리, 지역과 지역주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원점에서 제대로 된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또한, ‘사립대 구조개선법’의 주요 쟁점인 해산장려금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논의된 해산장려금이 절박한 대학 생태계 혁신을 위한 촉매제로써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라고 했지만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라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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