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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리 우울할까…고통스러운 감정 빠져나오기
나는 왜 이리 우울할까…고통스러운 감정 빠져나오기
  • 채정호
  • 승인 2023.08.25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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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필링 그레이트: 우울과 불안을 치료하는 새롭고 혁명적인 방법』 데이비드 번즈 지음 | 박혜원 옮김 | 문예출판사 | 712쪽

전작 베스트셀러 ‘필링 굿’에 이어 40년 만에 발표
우울하게 만드는 생각의 왜곡을 바로잡는 50가지 방법

데이비드 번즈 박사는 한 권의 책으로 우울증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이룬 사람이다. “생각을 바꾸면, 기분도 바뀐다”라는 인지치료의 핵심을 쉽게 풀어쓴 그의 명저 『필링 굿』은 500만 부 이상 팔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필링 굿』은 대중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우울증을 치유하는 서지요법(bibliotherapy)의 새 지평을 열었다. 다른 치료 없이 단순히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우울에 시달리던 사람의 65퍼센트 정도가 회복되거나 호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 한 권이 우울증의 가장 기본적인 치료 방법인 약물치료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은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가 그 이후의 노하우를 보완하여 40년 만에 발표한 『필링 그레이트』는 『필링 굿』에 반응하지 않았던 35퍼센트의 우울증 환자들을 비롯하여,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에게 고통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복잡한 이론만 내세우는 대신, 독자가 책을 직접 읽어가면서 우울의 깊은 나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잘 고안되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 세상을 판단하며 세계를 만들어간다.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어떤 감정을 만들어낼지를 결정한다. 자기도 모르게 무언가를 왜곡해서 스스로를 우울과 불안의 나락으로 빠뜨려버리는 것이다. 인지치료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부정적인 생각을 찾아내서 그 왜곡을 고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어떤 사람은 생각을 바꾸어서 치유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필링 그레이트』는 기존 인지치료의 성과와 한계를 고루 살핀 후, 평생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알려준다. 나아가 우울‧불안‧분노를 불러오는 생각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기술도 가르쳐 준다.

책이 우리를 괴롭히던 문제가 사실은 잘 살아보려는 올바른 기질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과 감정에 유익이나 이로운 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차리면, 우울과 불안이 즐거움으로 탈바꿈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서지요법으로 회복됐더라도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삶의 고통 속에서, 우울과 불안이 다시 찾아오더라도 다시 떨쳐내고 기쁨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도 전해준다.

인간은 누구나 매 순간 자신만의 감정 현실을 창조해 내는 존재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실천하는 것만으로 즉시 새로운 삶을 만날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은 신나는 일이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상담자나 치료자들도 고정된 생각이 바뀌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는 책이다. 

『필링 그레이트』를 통해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상담자나 치료자들도 생각을 바꾸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700쪽이 넘는 방대한 내용이지만 수십 년간의 치료 경험으로 잘 짜여 있어서 한 번에 읽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흐름이 부드럽다. 책 말미에는 우울과 불안을 만들어내는 생각의 왜곡을 바로잡는 50가지 방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간혹 들추어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감정과 생각에서 빠져나와 건강한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검사하고(Test),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하며(Empathy), 변화에 대하여 저항하는 것을 녹이며(Assessment of Resistance), 한 팀이 되어서 우울과 불안을 기쁨으로 전환시키는 방법(Methods)을 탐색하는 것으로 구성된 TEAM 접근법의 탄탄한 구조를 천천히 따라가 보면 좋은 결과가 독자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으로 모든 우울증을 치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치료와 회복을 향하여 가는 길의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은 분명하다.

 

 

 

채정호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대한정서인지행동의학회 창립 이사장이자 명예회장이다.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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