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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을 배반하는 사회, 소통과 배려가 필요하다
품격을 배반하는 사회, 소통과 배려가 필요하다
  • 김경화
  • 승인 2023.08.22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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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기획처장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품격(品格)은 ‘품성과 인격’을 줄인 말로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을 말한다. 그리고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를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말의 품격, 사람의 품격, 사회의 품격, 국가의 품격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 중에서 품격있는 언행을 요구받고 있는 대표적인 계층은 정치인, 공직자, 의료나 법조의 전문가, 교육자 등 흔히 말하는 ‘지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부류다. 이들에게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역량 외에도 일반인보다 좀 더 강한 사회적 책무성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들의 언행에 지도층다운 ‘품격’이 배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사회 여러 곳에서 전해지는 이들의 ‘언행’은 한 마디로 ‘품격’과는 동떨어져 있다. 사회적 믿음과 의리를 배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파행적 운영과 관련된 것이다. 많은 국민이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너무나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감사원도 ‘잼버리 감사단’을 구성해서 집중감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감사원이 ‘잼버리 감사’와 관련해 사전 준비부터 예산 집행과 현장 진행까지 행사 전반을 감사하기로 한 것은 타당한 조치다.

그러나 그 전에 잼버리 운영의 책임을 진 공직자들이나 정당의 정치인들이 보여준 ‘언행’은 서로간 소통의 부재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여야 정치인은 서로 ‘남탓’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직자로서 정치인으로서의 품격은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그의 유명한 저작 『리바이어던』(1651)에서 “인간은 각자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연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각자가 모두 그러한 권리를 무한히 추구하면 결과적으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싸움’이라는 야생의 자연상태가 되고, 이러한 무자비한 투쟁상태에서 인간은 엄청난 고통과 해악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그는 인간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회계약’에 입각한 강력한 국가, 즉 ‘리바이어던’을 통해 이런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그는 ‘사람은 사람에게 늑대이다(homo homni lupus)’라는 라틴어 경구를 제시하였다.

여기서 우리가 자주 사용하고 있는 한자성어로서 함께 살펴보아야 할 것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이다. 이것은 “각자가 스스로 제 살 길을 찾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과거 조선시대 때 대기근이나 미증유의 참화를 가져오는 전쟁 등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백성들이 스스로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현재 국가와 국민, 국민 상호간 ‘소통의 부재’로 국민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우리 나라가 당면한 위기 상황임을 책임 있는 공직자와 지도층은 정확하게 간파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부터 먼저 상호간 품격있는 배려와 소통으로 작금의 소통 부재로 인한 사회분열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소통 강화와 서로를 포용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도록 ‘포용과 상생의 사회적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할 필요도 있다.

이런 상호 배려와 소통을 사회 전반에 진작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역사적인 사실로서 20여년 전,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내 탓이오’ 운동을 소환해 보자.

본래 가톨릭에서 시작한 ‘내 탓이오’ 캠페인은 처음에는 가톨릭 교계 내부의 운동으로 시작되었지만 당시 1990년대 전반의 시대 상황과 맞물리며 굉장히 시의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이내 전국적인 사회운동으로 확산되었다.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당시 사회 전반에 깊게 드리워진 ‘서로 믿지 못하는 불신풍조’와 ‘도덕적 해이’를 해결하여 ‘서로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점에서 많은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받았다. 

‘인간상호간의 신뢰 상실’은 국가와 사회에 대한 신뢰상실로 이어지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회적 갈등과 분쟁이 더욱 첨예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상호간의 불신을 해소하고 ‘인간 존엄’이 보장받는 소통과 화합의 사회 즉,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대통령을 포함한 책임 있는 공직자와 여야 정치인, 시민사회 구성원은 ‘내 탓이오’라는 마음을 전제로, 상호 포용과 상생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간은 쏜 살처럼 흘러가고 있다. 각자도생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하여 힘을 얻을 수 있는 라틴어 명구 하나를 떠올려 본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Dum vita est, spes est)”.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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