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카라’ ‘나를 나비라 부른다’ ‘나는 개입니다’ ‘나는 여러분의 에니시테요’ ‘나는 죽음이다’ ‘내 이름은 빨강’.
튀르키예 소설가 오르한 파묵이 쓴 『내 이름은 빨강』의 목차다. 책 속에서는 만물이 자신의 이름을 대며 말을 한다. 무수히 쌓이는 목소리는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글이 그려낸 회화다.
같은 제목을 서용선의 전시에 붙이는 일은 그래서 재밌다. 첩첩이 칠해진 빨강은 캔버스에서 아우성친다. 색이 만든 이야기다. 윤리와 정치, 폭력과 파괴, 자유와 해방, 회복과 치유,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른다. 새로운 의미를 다시 현시한다.
상업 광고판과 정치 선전물, 노선도 등 누구나 매일 마주치는 버스 안 풍경. 그곳에는 불온함과 함께 욕망, 갈등이 머문다. 과감한 색은 도시의 허상을 걷어내고 작가가 바라보는 그대로의 모습을 회화적 공간에 재현한다.
작가 서용선에 대한 연구조사전시, 「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을 아트선재센터에서는 오는 10월 22일까지 선보인다.
조준태 기자 a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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