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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28] 사막 오아시스 생명의 나무, 대추야자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28] 사막 오아시스 생명의 나무, 대추야자
  • 권오길
  • 승인 2023.08.14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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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야자
대추야자는 사막 오아시스 근처에서 자연생 처럼 자란다. 성서에 나오는 종려나무가 바로 이 나무다. 사진=위키미디어

얼마 전에 아들이 중동(이라크) 출장을 다녀오면서 사 온 선물이 처음 보는 ‘대추야자(date palm)’였다. 큰 선물 봉투에 쫄깃하고 달콤한, 곶감 맛이 나는 발효된 열매가 한가득 들었다. 어떤 나무에 이렇게 맛있는 열매가!? 글감으로 안성맞춤이렷다! 그런데 요새 아주 즐겨보는 티브이 프로에 <세계테마 기행>과 <걸어서 세계 속으로>가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거기 아프리카, 중동지방 편에서 대추야자 나무와 그 열매를 자주 만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라고 했던가!

대추야자(Phoenix dactylifera)는 야자나뭇과(palm family)에 속하고, 그 나무의 열매를 일컫기도 한다. 나무 높이는 25~30m쯤이고, 끝에 커다란 깃꼴겹잎(우상복엽, 羽狀複葉)이 뭉쳐나 우산(雨傘)처럼 펑퍼짐해진다. 사막지대 오아시스 근처에서는 자연생처럼 자라고, 성서에 나오는 종려나무가 바로 이 나무를 가리키며, 고대인들을 먹여 살린 생명의 나무이다.  약 5천만 년 전부터 자생(自生)해오다가 기원전 4천 년 전 무렵부터 경작물이 되었고, 사막에서만 자라는 나무로 원산지는 이라크, 이집트, 혹은 북아프리카 일대로 추측한다.

대추야자는 상록교목(常綠喬木, 늘 푸른 큰키나무)이고, 야자나뭇과의 나무들은 외떡잎식물이라 하나같이 나이테(tree ring)가 없다. 야자나무가 가장 무성한 곳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인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유역이라 지금도 이라크의 대추야자가 전 세계의 1/3을 차지한다고 한다.

대추야자는 수나무, 암나무가 따로 있는 자웅이주(雌雄異株)로써, 연 강수량 120~250mm인 모래땅에 잘 자라고, 꽃이 피어 성숙할 때까지는 비가 오지 않아야 한다. 물론 대추야자는 완전히 무성해지기까지 12~14년이라는 긴 기간이 필요하지만, 한번 무성해진 나무는 60~80년 동안 수확할 수 있다.

번식은 종자를 통해서나 뿌리나누기 방식으로 하고, 암나무 50∼100그루에 수나무 1그루의 비율로 심는다. 큰 나무에서는 연 70∼90kg의 열매를 생산하며 80∼100년간 계속된다. 풍매화인데, 인공수분을 시키거나 기계로 일부러 바람을 일으켜서 꽃가루받이를 시키며, 대추야자 나무의 열매는 커다란 송이로 뭉쳐 열리고, 열매는 길이 3~5cm의 원형 또는 긴 타원형이며, 녹색에서 노란색을 거쳐 붉은색으로 익는다. 과육은 달며 영양분이 풍부하여 여행자나 주민에게 중요한 식량이 된다. 

그리고 대추야자는 온도가 높고, 겨울철에도 평균 기온이 0℃ 이상 되는 지역에서 잘 자라는데, 그야말로 사막에 특화된 나무라 하겠다. 2016년 기준 최대 생산지는 이집트이며, 이란, 알제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파키스탄, 수단, 오만, 튀니지가 그 뒤를 잇는다고 한다. 지중해, 홍해 연안이나 이란·아프가니스탄 등의 사막지대가 중요한 산업자원이 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19세기 말경 이 나무를 도입하기 시작하여 현재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의 건조지대에서 중요한 과수(果樹)의 하나라 한다.

대추야자 열매는 그야말로 나뭇가지가 꺾일 정도로 주렁주렁 열리다 보니 오래전부터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으며, 먹거리가 부족한 사막 주민들의 훌륭한 탄수화물 공급원이었기에 '생명의 나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종려나무도 이 대추야자 나무를 뜻하는 데 이는 동아시아에서 자생하는 종려나무가 아니다. 설탕이 이들 사막 지역에 소개되기 전에는 대추야자의 즙을 설탕 대용으로 썼다 하고, 게다가 열매를 맺지 못하는 늙은 나무의 끝에 상처를 내어 받은 수액을 발효시켜 야자 술을 만들었으니, 사막 지역 사람들에게는 여러모로 고마운 나무다.

대추야자 열매는 그야말로 나뭇가지가 꺾일 정도로 주렁주렁 열리다 보니 오래전부터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사진=위키미디어

오랫동안 품종 개량으로 오늘날에는 수백여 종이 존재한다고 한다. 보통 대추야자는 아주 바짝 익기 전에 수확해 저장해 먹으며, 겉보기에는 대추와 비슷해 보이지만 이름과는 다르게 대추 맛이나 야자 맛이 아니라 의외로 곶감과 흡사한 맛이 난다. 대추야자는 아랍인들의 주식(主食)인데, 빵과 같이 먹기도 하며,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외국 과일로 이마트 등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다. 

말린 대추야자는 70% 이상이 당분으로 구성된 고열량 식품으로, 100g에 약 300~350kcal꼴이다. 또 비타민과 칼슘, 칼륨, 식이섬유도 풍부해서 기력 회복용으로 활용되고, 항산화 물질인 퀘르세틴(quercetin)이 풍부해서 염증 억제 및 상처 재생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퀘르세틴은 플라보노이드계에 속하는 배당체로, 채소와 과일 따위에 널리 분포하는데, 특히 양파 껍질에 많고, 특유의 냄새가 있으며, 쓴맛이 약간 난다.  

더욱이 대추야자 열매는 영양이 풍부할 뿐 아니라 7~8월에 수확한 후 특별한 장치 없이도 2~3년 동안 보관할 수 있는 만큼 저장성이 뛰어나다. 대추야자는 곶감처럼 오래 걸어둘수록 표면에 하얗게 포도당이 피고 쌓여 맛이 달아진다.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900만 톤을 수확했고,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알제리 등이 합쳐 세계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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