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에서 입구를 찾는다. 눈으로 길을 찾다 헷갈려 손가락을 든다. 이리저리 꺾으며 출구를 찾아 헤맨다. 거듭 막다른 길로 몰려 모든 길이 막힌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때쯤 슬쩍 출구부터 길을 찾아 연결해본다. 입구부터 출구로 이어지는 하나의 길을 찾아낸 후 그제야 눈을 뗀다.
그것이 피곤한 과정인 줄 알면서도, 미로가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질주를 멈출 수 없다. 단숨에 미로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있다. 눈을 돌리는 것이다. 미로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해법을 코앞에서 숨긴다. 무수한 벽뿐 아니라 미로 자체가 하나의 벽이 된다.
김범은 아이러니한 이미지를 통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전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 배는 바다가 없다고 배우고, 망치는 임신을 한다.
「바위가 되는 법」에서는 김범이 지난 30여 년간 쌓아온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총 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리움 미술관에서 오는 12월 3일까지다.
조준태 기자 a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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