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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자율의 사상가, 이반 일리치
소박한 자율의 사상가, 이반 일리치
  • 김재호
  • 승인 2023.08.09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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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지음 | 324쪽 | 도서출판 살림터

자율적 삶을 잃어버린 현대인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자율의 능력을 회복하는 여정에 함께할 철학자 이반 일리치.
그리고 그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담긴 시선으로 써내려간 평전의 재출간.

소박한 자율의 삶을 추구하는 저자의 이반 일리치 평전

자율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본 적이 있는가? 자율(自律)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남의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는 일. 또는 자기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여 절제하는 일”이라고 풀이된다.

그러니까 자율적 삶이란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 자율적 삶을 누리기가 얼마나 어려워진 것이기에 우리는 그것을 잃어버리고 찾고 또 고민하며 ‘소박한 자율적 삶’을 원하는 것일까? 

철학자 이반 일리치(1926~2002)는 자율적 삶을 추구했다. 192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그는 1951년 가톨릭 신자로 자라나 사제 서품을 받는다. 그 후 뉴욕의 보좌신부를 거쳐 30살에 푸에르토리코 가톨릭대학교 부총장, 1966년에는 멕시코에 문화교류문헌자료센터를 설립해 저개발지역의 교육에 힘썼지만, 교회와의 갈등 끝에 1969년, 사제직을 버렸다.

일리치는 70년대, <학교 없는 사회>, <공생을 위한 도구>, 등의 여러 책으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80년대에는 현대 관념의 뿌리를 밝히기 위해 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텍스트의 포도밭에서> 등을 출간했고 여러 연구도 병행한다. 연구를 위해 암 치료를 최소한으로 줄인 그는 2002년 사망했다. 

이 책은 이반 일리치가 주장하는 소박한 자율의 삶을 따르는 소수의 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저자가 팬데믹으로 힘들어하는 세상을 바라보며 수행의 마음으로 서술한 이반 일리치의 평전이다. 재출간이라고 했으나 훨씬 풍부한 내용과 함께 저자가 사유하는 마음도 더욱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전작에서 나타난 일리치의 종교적 신비주의 등에 대한 비판도 날카롭다. 

거대한 타율의 삶에 대한 반성

이 책은 특히 일리치의 교육사상에 대해 강조한다. 교육사상은 그의 여러 사상 중의 하나이지만 이 시대 한국 사회에 강조하고 싶은 일리치의 중요 사상이다.

우선 이 책은 전체를 2부로 나누고 각 부를 3장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제1부에서는 일리치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로서 그의 삶에 대해 고찰해보며 그 사상의 근본과 생태 사상을 설명한다. 제1부를 토대로 한 제2부에서는 일리치의 교육사상을 그 배경과 얼개로 검토해본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이후의 일리치 사상의 부활을 설명하면서 지금 우리에게 주는 일리치의 메시지를 고민하게 한다. 

타율적 삶의 형태가 대부분인 현대사회에서 ‘소박한 자율의 삶’에 대한 자각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저자는 혁명적으로 삶이 바뀌지 않더라도 소박한 자율의 삶이 긴장을 잃지 않도록 평생 유의하는 것만으로도 이 지옥 같은 거대한 타율의 획일적 사회를 소박한 자율의 개성적 사회로 바뀌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강조한다. 하루하루 빠르게 흘러가는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자율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길 바라며 이 책을 세상에 소개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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