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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객체
건축과 객체
  • 김재호
  • 승인 2023.08.0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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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하먼 지음 | 김효진 옮김 | 갈무리 | 368쪽

최근에 객체지향 존재론은 건축 이론가들과 실무자들 사이에서 점점 더 인기를 끌게 되었다. 과학과 기술의 역사 전체에 걸쳐서 객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되었지만, 지식을 생산하는 데 객체가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이해된 적은 거의 없다.

객체지향 존재론(OOO)의 창시자 그레이엄 하먼이 저술한 건축에 관한 첫 번째 책인 『건축과 객체』는 건축과 철학 사이의 대화를 심화함으로써 동시대 건축의 언어와 실천에 미치는 OOO의 영향에 대한 새로운 로드맵을 제공하는 동시에 형태와 기능 사이의 관계에 관한 새로운 구상을 제시한다.

그레이엄 하먼은 건축 분야에 가장 깊은 자국을 남긴 관념들을 구상한 세 명의 철학자, 즉 하이데거, 데리다 그리고 들뢰즈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하면서 건축에 대한 그들 사유의 한계를 부각한다.

그리하여 하먼은, 건축이 OOO를 사용함으로써 형태와 기능에 관한 전통적인 관념들을 재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먼은 임마누엘 칸트가 건축을 ‘불순한’ 것으로 일축한 견해에 대한 설득력 있는 반론과 탈관계화된 판본의 형태와 기능(제로-형태와 제로-기능)을 제시한다.

피터 아이젠만의 작품에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렘 콜하스, 프랭크 게리 그리고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들을 새롭게 평가함으로써 『건축과 객체』는 건축에 대한 대담한 시각을 제시한다. 기능의 ‘제로화’라는 어려운 과업을 완수함으로써 건축은 미학적으로 고갈된 전형적인 양식들을 다시 활성화하는 최전선에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하먼은 결론짓는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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