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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 민중의 개념사, 이론·통사
민중, 민중의 개념사, 이론·통사
  • 김재호
  • 승인 2023.08.08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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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철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SKKUP) | 1천232쪽

“민중이란 무엇인가”
사회학자 강인철 교수의 《민중의 개념사, 이론》 편

주체성과 저항성이란 열정적 단초에서 시작된
민중 개념의 깊이와 넓이에 대하여


무릇 민중은 감정을 휘젓고 약동시키는 격정의 언어다. 대립적 진영의식을 추동해 뭇사람들을 저항운동과 정치적 쟁투 속으로 밀어 넣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게 강렬하고 또렷한 이미지와 정동(情動)이 이 두 음절에 박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면과는 대조적으로, 사실 2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동아시아 역사에서 민중은 ‘다수의 민(民)’을 가리키는 지극히 평범한 말로 지내왔었다. 조선 말기 개항과 국망(國亡)을 겪는 와중에도, 그 무렵 유사 개념들이 대대적인 변화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는 와중에도, 민중 개념 주변은 고요하기만 했다.

우리네 역사에서 민중이 범상치 않은 그 무엇으로 돌변하기 시작한 건 3·1운동이라는 대사건을 치르면서부터다. 언어가 시대의 거울이듯, 이 어휘가 품고 있던 전통적 의미에도 새로운 의미들이 섞여 들어와 충돌하면서 복잡하고 다의적인 개념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수성’과 ‘종속성’이라는 전통적 기표(記標)에 ‘정치 주체성’과 ‘저항성’이라는 새로운 기의(記意)가 부착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 열정적 단초들에서 출발한 결과가 여기에 담겼다.

이 책은 민중 개념의 구성요소들과 이론적 측면을 밝히는 데 주력한 연구서다. 민중 개념을 다양한 차원에서 (재)정의/정립하고, 이를 둘러싼 합의와 불일치를 판별하며, 피지배·다수·주체·저항·다계층성 등 그의 구성요소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나갔다.

아울러 개념들의 네트워크 안에서 민중을 적절히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각도의 모색을 시도했다. 『민중, 시대와 역사 속에서: 민중의 개념사, 통사』와 함께 ‘민중의 개념사’ 2부작을 구성하는, 성균관대학교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서른여섯 번째 책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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