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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의 아나키스트 열전 152] 니콜라와 바트, 두 사람을 위한 발라드
[박홍규의 아나키스트 열전 152] 니콜라와 바트, 두 사람을 위한 발라드
  • 조준태
  • 승인 2023.08.0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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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힐의 후배 가수로 우디 거스리가 있다. 그가 작사, 작곡하고 부른 노래 「두 선인(Two Good Men)」은 『사코와 반제티의 발라드(Ballads of Sacco & Vanzetti)』라는 앨범에 실렸다. 
 
옛날 옛적 두 선인
옛날 옛적 두 선인
(이제는 떠난 옛날 옛적 두 선인)
옛날 옛적 사코와 반제티
이 노래를 부르게 나를 여기 남겨뒀네

저기, 소식 들었어?
사코는 신발 노동자
반제티는 행상
손으로 생선 수레를 밀었어

사코는 바다 건너 
이탈리아 어디에서 태어났어
반제티는 부자 부모에게 태어나
최고의 이탈리아 와인을 마셨어

사코는 어느 날 바다를 건너
보스턴만에 상륙했어
반제티도 푸른 바다를 건너
보스턴에 상륙했어

사코는 아내와 세 자녀
가장이었어
반제티는 꿈꾸는 사람으로
항상 책을 읽었어

사코는 빵과 버터를 얻었어
공장 최고의 구두 절단가
반제티는 밤낮으로 
노동자들에게 투쟁을 말했어

이 급여 강도 사건에 대해 
물어보면 알려드리지
사우스브레인트리 거리
신발 공장에서 두 명의 점원이 살해됐어.

세이어 판사는 주변 친구들에게
급진파를 제거하겠다고 말했어
아나키스트 개자식이 그 이름 
세이어 판사가 두 선인을 부른 이름

검사들 이름은
카츠먼, 애덤스, 윌리엄스, 케인 
판사와 변호사들은 으스대며 뽐내며
서커스 광대들보다 더 많은 재주를 부렸어

반제티는 1908년 이곳에 정박했어
그는 더러운 거리에서 잠자고
노동자들에게 “조직하라”라고 말했고
전기의자에서 죽었어

 

우디 거스리의 앨범 『사코와 반제티의 발라드(Ballads of Sacco & Vanzetti)』 커버. 사진=위키피디아

인종차별과 반이민주의가 부른 사법살인

사코와 반제티는 모두 이탈리아 출신으로 보스턴에 건너와 노동자로 살다가 사형을 당한 사람들이다. 1891년생인 사코는 17세에 미국에 왔고, 1888년생 반제티도 사코와 마찬가지로 1908년에 미국에 왔다. 두 사람은 1917년 파업에서 처음 만나 1920년 무장 강도 살인사건으로 처형당했다. 20여 년 전의 헤이마켓 사건이나 5년 전 조 힐 사건처럼 인종주의, 반이민주의, 반아나키스트로 얼룩진 사법살인이었다.

1920년 4월 15일, 매사추세츠주 브레인트리에 있는 신발 공장에서 두 사람이 회사 급여가 담긴 대형 철제 상자를 본 공장으로 옮기던 중 강도를 당해 살해당했다. 경찰은 구두수선공 사코와 생선장수 반제티를 용의자로 체포했으나 그들은 무죄를 주장했다. 세이어 판사는 배심원들에게 사건과 아무 관련 없는 애국주의와 이념을 호소했고 유도신문을 자행해 일부러 피고인에게 불리한 재판을 진행했다. 

그 두 사람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시민 불복종 운동의 일환으로 참전을 거부했던 아나키스트였다. 재판 도중 진범이 밝혀졌지만 재판은 두 사람에게 불리하게 진행됐다. 결국 1927년 4월 대법원은 사코와 반제티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같은 해 8월 23일 형이 집행됐다.

 

재판장 피고석에 앉은 바르톨롬메오 반제티(사진 왼쪽)와 니콜라 사코. 사진=위키피디아

“내 죄는 버려진 사람들을 사랑한 것뿐”

여기서 또 하나의 「사코와 반제티의 발라드(The ballad of Sacco and Vanzetti)」를 들어보자.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하고 존 바에즈가 작사한 노래다.

신부님, 그렇소. 나는 죄수요
나는 내 죄가 두렵지 않소
내 죄는 버려진 사람들을 사랑한 것뿐
침묵만이 수치요(중략)

우리의 적은 법이오!
그 엄청난 힘과 권력
우리의 적은 법이오!
경찰은 사람을 유무죄로 
만드는 방법을 알지
우리의 적은 경찰력이오!
인간의 뻔뻔한 거짓말들
금으로 더 많이 지불될 거야
우리의 적은 돈의 권력
우리의 적은 인종 증오와 단지 우리가 가난하다는 사실

신부님, 나는 죄수요
내 죄를 말하는 걸 부끄러워 마시오
그 죄는 사랑과 형제애
침묵만이 수치요

나의 사랑과 순수함
노동자와 빈민
이에 나는 안전하고 강하오
희망은 나의 것
저항과 혁명에는 돈이 필요 없소
돈 대신 오로지 필요한 것은 상상력과 고통, 빛과 사랑,
그리고 모든 인간에 대한 애정
당신은 결코 훔치지 않았고 죽이지 않았으며
삶과 사랑의 힘을 갖고 있소
혁명은 인간에서 인간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가지
하늘의 별을 볼 때마다 나는 
우리가 생명의 자식이고 죽음은 작다는 걸 느껴

위 노래는 사코와 반제티가 처형 직전 고해성사에서 신부에게 말한 내용을 옮긴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들이 처형된 뒤 이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고, 1927년에는 그들을 위한 시위가 곳곳에서 열렸다. 그 뒤로도 그들의 결백을 인정하는 주장과 그들을 찬양하는 글이 이어졌다. 처형일에 〈뉴욕타임스〉에 실린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의 시 「매사추세츠에서 거부된 정의(Justice Denied In Massachusetts)」를 읽어보자. 

“당당한 죽음에서 
우리는 알게 됐네
알곡을 틔울 밭고랑에 잡초를 뽑아야 한다는 것을
기어 다니는 달팽이와 번진 흰곰팡이를 보라
악의 무리가 뒤덮었네
델피늄 꽃과 옥수수를
우리는 그것들이 스러지는 걸 보았네”

 

그들의 이름에 어떠한 수치도 남지 않도록

사형 집행 50주년이 되는 1977년 8월 23일, 마이클 듀카키스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사코와 반제티가 받은 재판과 유죄 판결이 부당했으며 「어떠한 수치도 그들의 이름에서 영원히 지워져야 한다(any disgrace should be forever removed from their names)」라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미국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화가 벤 샨이 그린 「사코와 반제티의 수난」. 사진=위키피디아

사코와 반제티 사건은 노래만이 아니라 소설과 시, 영화나 연극 등으로도 여러 차례 제작됐다. 그중 이탈리아 영화감독 줄리아노 몬탈도의 1971년작 「사코와 반제티」에 존 바에즈의 노래가 나온다. 영화에 삽입된 「당신들을 위하여(Here’s to You)」를 들어보자.

니콜라와 바트, 당신들을 위하여
여기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쉬세요
마지막이자 최후의 순간은 당신들의 것입니다

사코와 반제티의 더 자세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거의 600쪽에 이르는, 브루스 왓슨이 쓴 『사코와 반제티』가 우리말로 번역돼 있다.

 

박홍규 영남대 명예교수∙저술가

일본 오사카시립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 영국 노팅엄대, 독일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연구했고, 일본 오사카대, 고베대, 리쓰메이칸대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영남대 교양학부 명예교수로 있다. 전공인 노동법 외에 헌법과 사법 개혁에 관한 책을 썼고, 1997년 『법은 무죄인가』로 백상출판문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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