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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RNA 안정성·단백질 생산 높인다
바이러스의 RNA 안정성·단백질 생산 높인다
  • 김재호
  • 승인 2023.07.11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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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바이러스의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키는 RNA 염기서열을 발견했다. 기초과학연구원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연구팀은 수백 종의 바이러스 RNA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대량 시퀀싱 기술을 이용해 이같은 성과를 냈다. 지난 6일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K5’로 명명한 이 서열을 활용하면 RNA 치료제의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왼쪽부터 김 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 연구단장과 서제니 연구원이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등장 이후 감염병 극복을 위해 바이러스 연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진화시켰다. 이러한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생명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아직까지 바이러스 연구는 주로 의학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중요하다고 알려진 극소수의 바이러스에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그 종류와 생활사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유전자와 RNA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미개척 상태의 ‘지식의 보고’일 수 있다.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RNA 안정화와 단백질 생산에 기여하는 조절 서열을 찾기 위해, 인간을 감염시킨다고 알려진 모든 바이러스 RNA 서열 정보를 모았다. 그리고 모든 바이러스를 대표할 수 있도록 편향되지 않은 선별기준을 적용해 143종의 대표 바이러스 서열을 선별했다. 그리고 선별된 바이러스 서열을 동일한 길이(130개 뉴클레오티드)로 잘라 3만여 개의 절편을 만들고, 세포에 넣어 각각의 바이러스 서열이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는지 분석했다. 

이러한 스크리닝 과정을 통해, 연구진은 RNA 안정화와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키는 다수의 조절 서열을 찾아낼 수 있었으며 RNA 안정화와 단백질 생산 모두에 기여하는 16개의 서열을 동정했다. 그리고 그중 가장 효과가 뛰어난 서열을 찾아내 ‘K5’라고 명명하고, 이 서열에 대해 상세히 분석했다.

K5는 에이치바이러스(Aichivirus)의 3말단 쪽에 위치한 서열이다. 에이치바이러스는 코부바이러스(Kobuvirus)속 피코나비리데(Piconaviridae)과에 속하는 바이러스로, 유전체로 단일가닥 RNA를 가진 바이러스이다.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지만, 약한 장염 정도만 일으키는 병원성을 가지고 있어 거의 연구가 되지 않는 바이러스다. 

김빛내리 단장은 “바이러스 RNA의 K5 서열은 RNA의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킨다”라며, “K5 서열을 이용해 mRNA 백신과 유전자치료제의 안정성과 성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번 성과는 고병원성 바이러스에만 집중하는 기존의 접근 방식으로는 이루기 어려운 성과”라며, “현재 경미한 바이러스라도 향후 심각한 바이러스로 진화할 수 있으므로, 편향 없이 다양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생물학 분야 권위지 『셀』에 지난 6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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