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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는 왜 ‘네이처 액션 100̓을 출범시켰나
기관투자자는 왜 ‘네이처 액션 100̓을 출범시켰나
  • 최남수
  • 승인 2023.07.13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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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생물다양성 경영』 최남수 지음 | 새빛 | 180쪽

전 세계 국내총생산의 절반 차지하는 생태적 서비스
생물다양성 손실되면 지속가능한 기업 경영도 어려워

자연 하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시선을 넓혀보면 자연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기온 상승을 억제하는가 하면, 수질을 조절하고 물이 잘 순환하게 한다. 또한 식량을 공급하고 의약 재료 등 다양한 산업원료를 제공하고 있다. 자연이 주는 ‘생태적 서비스’의 대표적 사례다. 

이와 관련해 최근 생물다양성이란 용어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생물다양성은 미생물을 포함한 동물과 식물 등 생명체와 생명체가 존재하는 환경, 즉 생태계의 다양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말이 중요해진 이유는 생물다양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인류의 삶과 경제에 위기 신호가 깜빡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생물다양성 손실 이슈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그동안 인류의 활동은 토지의 75%와 해양 환경의 66%를 심각하게 변화시켰다. 수백만 종이 멸종 위기에 직면하는 등 식물과 동물 종 25%가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생물다양성 손실은 향후 10년간 인류가 직면할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

생물다양성 손실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점은 사회와 경제 활동이 여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WEF의 연구 결과를 보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넘는 44조 달러의 경제적 가치 창출이 자연과 생태적 서비스에 크게 기대고 있다. 이렇듯 자연의 기여도가 큰 만큼 생물다양성이 흔들리고 있는 현상은 그대로 경제·경영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자연이 제공하는 생태적 서비스가 붕괴되면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GDP가 매년 2.7조 달러씩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생물다양성 손실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됨에 따라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먼저 국가 간의 협의 테이블과 관련해 중요한 분기점은 지난해 12월 20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다. 

196개국이 참가한 이 회의에서는 전 지구적 생물다양성 전략 계획인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가 채택됐다. GBF의 핵심은 2050년까지 ‘자연과 조화로운 삶’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고, 이에 앞서 2030년까지 ‘30×30’ 목표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30×30’은 육상과 해상의 각각 30%를 보전·관리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별도로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기업의 부정적 영향을 줄여나가기 위한 민간의 보폭도 커지고 있다. 이 대열에는 기후변화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경우처럼 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생물다양성을 기후변화와 같은 기업의 리스크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관투자가들이 연합체인 ‘네이처 액션 100̓을 출범시킨 이유이다. 이들은 앞으로 100개 핵심 기업을 선정한 다음 해당 기업이 자연을 보호하고 회복시킬 방안을 내놓도록 압박해간다는 계획이다. 

투자자들이 특히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자연과 관련된 공시제도의 도입이다. 현재 TNFD(자연관련 재무공시 태스크포스)가 운영되고 있다. TNFD는 자연 관련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측정지표와 목표치를 공시하도록 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이달 말에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탄소배출 등 지속가능 공시 표준 확정안을 공표한다. 

이어 오는 9월에는 TNFD가 생물다양성 공시 최종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각국이 파리기후협약에 서명했던 것처럼 생물다양성의 ‘파리기후협약 버전̓을 만들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최남수 
서정대 호텔항공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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