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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헝그리 정신으로 바닥부터 올라가야”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헝그리 정신으로 바닥부터 올라가야”
  • 김봉억
  • 승인 2023.07.1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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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영 카이스트 특훈교수,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

 

고규영 카이스트 특훈교수

고규영 카이스트 특훈교수(65세, 생리학·사진)가 2023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다. 과기정통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지난 2일 이같이 밝히고, 대통령 상장과 상금 3억 원을 수여했다. 

고규영 교수는 기초학을 전공한 의사과학자로 심혈관계 병리기작, 특히 림프관 연구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하는 뇌 속의 노폐물이 뇌 밖으로 배출되는 주요 경로가 뇌 하부에 있는 뇌막 림프관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노폐물 배출 능력이 떨어지는 뇌막 림프관 기능 저하를 함께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는 뇌의 인지기능 저하,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 교수가 이 연구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우리 몸에서 뇌가 가장 활동을 많이 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많은 만큼 노폐물과 독성물질을 많이 생성한다. 이 물질이 150㎖의 뇌척수액에 녹아 있는데 배출되려면 림프관을 경유해야 한다.

그러나 그 배출 경로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로 난제로 남아 있었다. 이를 밝히고자 우리 연구팀이 도전해 개가를 이룬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발견이 생쥐 실험동물을 통해 이뤄졌는데, 현재는 영장류에서 재현하고 있고, 확증이 되면 대상 환자를 대상으로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고 교수는 연구 중심 의사과학자로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총 35명의 박사를 배출했다. 이 가운데 25명이 의사과학자다. 2020년에는 국제혈관생물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2015년 7월부터 기초과학연구원 혈관연구단 단장으로 선임돼 연구를 하고 있다. 

고 교수는 진료 중심의 의사가 아닌, 연구 중심의 의사과학자의 삶을 선택한 이유로 “양쪽을 다 알고 있으니 연구의 폭과 깊이가 더 있는 것 같고,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기초연구를 하니까 더 심오했던 것 같다”고 했다.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에게는 이렇게 강조한다. “우리세대 보다 좋은 환경인 것 같은데 불안한 마음과 조급함이 있는 것 같다. 차분히 재미있게 집중하다 보면 중요한 발견을 하고 많은 기회도 주어진다.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헝그리 정신을 갖고 바닥부터 올라가야 한다.”

최근 의대 쏠림과 이공계 엑소더스 현상에 대한 의견이 궁금했다. “학생 개개인의 바람보다는 사회적인 구조 때문이다. 삶의 격차가 좁아지고 연구하는 좋은 문화와 환경을 만들면 뜻있는 젊은이들이 모여들 것이라고 본다.”

고 교수는 천상 연구자다. 연구철학과 좌우명을 물었더니 “지금도 하는 연구에 대해 배가 고프다. 연구실 책상에 앉아서 죽는 것이 꿈”이라고 할 정도다. 이루고 싶은 연구 성과는 치매 치료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차원의 신약을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모세혈관 및 림프관 연구 방향을 머리(뇌 포함)와 목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정말 흥미로운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은 2003년부터 시상해온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과학기술인상이다. 그동안 46명이 수상했다. 올해는 23명을 대상으로 3단계 심사를 거쳐 고 교수를 최종 선정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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