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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본법을 제정해야 하는 이유
학술기본법을 제정해야 하는 이유
  • 이강재
  • 승인 2023.07.0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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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이강재 논설위원 /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이강재 논설위원

국회 교육위원회 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이 지난달 22일 「인문사회학술기본법」을 발의했다. 2021년 3월 24일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기초학술기본법」, 2022년 12월 8일 강득구 의원이 발의한 「기초학술기본법」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서 발의된 두 가지 법안은 기초과학과 인문사회를 포괄하는 법안이었지만, 「인문사회학술기본법」은 인문사회에 국한된 것이다.

법안은 인문사회 학술연구를 뒷받침할 법률적 지원체계와 근거가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안정적인 지원과 함께 인문사회 학술정책 제도를 수립하고 관장할 컨트롤타워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책임과 권한을 부여할 법률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법안 발의의 중요한 취지다.

과학기술계는 20여 가지 법률을 통해 지원 근거를 마련했지만 인문사회만을 위한 법안은 아직까지 하나도 없는 형편이다. 지난 20여 년 학계에서 학술기본법의 제정을 촉구해온 것을 생각하면 이제야 법안이 발의되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법안 발의에 앞서 인문사회 연구자들이 국회에 청원을 하기도 하였다. 2020년 8월 5일 당시 전국국공립대인문대학장협의회 회장인 전남대 류재한 학장을 대표로 한 ‘인문사회 분야의 안정적인 연구교육 기반 조성에 관한 청원서’가 그것이다.

당시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드물게 4천500여 명이 동참하여 미래를 위한 발전적 학술의 방향을 제안하였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아직까지도 이 청원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없었다. 이후 근본적인 해결책은 법률적 근거의 마련이라고 생각하여 학술기본법을 제정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인문사회 학술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서나 학술기본법이 제정된 후 인문사회 분야가 단기적으로 크게 나아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또한 20여 가지 법률의 지원에서 살아가는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자들이 법률의 제정을 주장하는 인문사회 연구자를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법률이 지금까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점은 미처 느끼지 못한 채 자유로운 연구를 제한한다고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술기본법을 만들기 위한 인문사회 연구자의 노력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법률이 갖는 구속력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학술정책기관을 만들었을 때 이 기관에 관여하는 사람들만의 논리에 빠지거나 정책을 위한 정책에 그칠 것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굶주림에 울고 있는 사람에게 비만을 걱정해서 음식을 주면 안 된다는 주장처럼 느껴진다. 매번 교육부와 기재부의 벽을 넘지 못해서 변화된 사회에 맞는 변화된 학술연구를 하려는 요구가 계속 좌절되는 인문사회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번 학술기본법의 제정을 위한 노력에 모든 분야의 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학술이란 문명사회에서 생존과 생활의 기초로 작동한다. 특히 세계 문명을 이끄는 선도국가에서 문화의 동력이고 경제의 첨병이다. 디지털 문명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한국어 기반의 학술은 보편 문명국으로서의 대한민국과 첨단 경제의 길라잡이로 역할을 할 것이기에 학술기본법의 제정은 더 늦출 수 없는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이다.

이강재 논설위원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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