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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영원한 청년 미하일 바쿠닌
오월의 영원한 청년 미하일 바쿠닌
  • 김재호
  • 승인 2023.06.27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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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392쪽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라는 의문이 든다면 오월의 영원한 청년 미하일 바쿠닌을 만나라!!

미셸 푸코가 분석한 ‘권력’은 바쿠닌이 100년도 더 전에 이미 분석한 것이고, 포스트모더니스트와 포스트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주장한 내용 역시 바쿠닌이 100년 전에 이야기한 것들이다. ‘신자유주의’나 ‘세계화’에 반대하는 운동도 마찬가지다. 수평적인 자유평등 사회를 위해 투신했던 바쿠닌, 그가 옳았다!!

“파괴를 향한 열정은 창조적인 열정이다.” “사회주의 없는 자유는 특권이자 불의이며 자유 없는 사회주의는 노예제이자 야만이다.” 바쿠닌은 몰라도 이 유명한 말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사회사상사를 공부할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마르크스와 맞짱 뜬 사람, 열정과 좌충우돌이 일생의 모토인 양 혁명과 운동의 자리마다 달려가 힘을 보탠 사람, 평생 한 번도 스스로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았을 만큼 철저하게 자본을 무시했던 사람, 인터넷에 이름을 검색하면 “아나키스트 혁명가이자 철학자”란 말과 함께 퉁퉁 부은 초상이 뜨는 사람.

도무지 관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막상 일반 독자들이 자료를 찾아볼라치면 변변한 단행본 하나 없다(번역서인 단 하나의 평전은 현재 절판인 상황이다). 위키피디아 한글판 영어판 프랑스판을 넘나들며 겨우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이다.

누군가는 챗GPT가 글을 쓰고 달리가 그림을 그리는 시대에 바쿠닌이나 프루동, 크로포트킨 같은 사회사상가의 삶과 이론을 톺아보는 작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하일 바쿠닌은 이런 우문(愚問)에 대해서 충분히 답할 수 있을 만큼, 이렇게 질문하는 자들을 놀라게 할 만큼 ‘현대적인 콘텐츠’가 풍부한 사상가다. 그는 전 생애를 걸쳐 “자유”를 외쳤다(요즘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은가). 신이든 국가든 자본이든 “권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을 거부했다(요즘은 모든 권력의 자리에 자본을 놓는다).

그런가 하면 후대 사회사상가의 우뚝 선 봉우리가 되는 마르크스와 프롤레타리아 일당 독재 이슈를 두고 격렬하게 투쟁한다(아니, 바쿠닌이 누구이기에 마르크스와 싸웠을까, 하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바쿠닌에게 진정한 혁명이란 “인민이 직접적으로 이루어내야” 하는 것인데 마르크스가 말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란 “계몽된 엘리트”들이 구석구석에서 힘을 행사함으로써 다른 이들의 권리를 박탈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역시 “다른 모습의 권력 찬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면에서 미하일 바쿠닌은 공정하고 건강한 사회, 어느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회, 신자유주의 이후의 더 나은 사회를 추구할 때 반드시 이해하고 적용해야 하는 사람이다.

꼭 알아야 하는 사람인데 우리나라에 없으니 우리 손으로 쓰고 만들어보자, 라는 아이디어가 이 책을 기획한 동기였다. 따라서 그 결과물로 나온 『오월의 영원한 청년 미하일 바쿠닌』은 한국인의 손으로 쓴 최초의 바쿠닌 평전인 셈이다. 당대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의 변화를 도모했던 체르니솁스키, 투르게네프, 프루동, 게르첸, 마르크스, 엥겔스를 읽는 즐거움과 더불어 후대의 마르크스주의자들에 의해 “종종 가려지거나 폄훼”된 바쿠닌, “모두의 자유”를 위해 평생을 싸워온 바쿠닌의 사상과 주장을 이 책을 통해 촘촘하게 살펴보자.

그리고 그가 17세기 서구의 유물인 국민국가의 관료제를 딛고 일어서 수직적 권력 조직을 해체하고 수평적인 자유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비판과 실천 의제를 내놓았는지 차분하게 돌아보자.

“그저 그런 평범한 관심사에 완전히 사로잡혀 더 넓은 세상과 그들을 둘러싼 중대한 투쟁을 잊어버리고 무색의 유령 같은 존재가 되는” 상황을 경계한 바쿠닌의 지적이 오늘 우리가 처한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다고 느끼는 독자, 지금과 다른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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