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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P의 중요성
3P의 중요성
  • 강길선 전북대
  • 승인 2006.09.16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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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1학년 신소재공학부에서 고분자·나노공학전공을 선택해 2학년이 된 학생들에게 첫 강의 시간에 항상 질문 하는 것이 ‘공학이란 무엇인가’이다. 여러 대답을 들은 후에 나는  “순수기초학문으로부터 얻은 과학적 진리를 최적화하여 상품을 만들고, 이로 부터 인류사회에 편함을 제공하고 개개인에게 시간을 벌게 해주는 대가로 돈을 버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앞부분에서는 좀 의아해하는 듯 보이던 학생들도 뒷 부분의 “돈버는(make money)” 항이 나오면 금방 이해하는 눈치다. 물론 교수가 첫 시간부터 돈이나 밝힌다면 할 말은 없으나 우리가 학교 다니던 70년대에 비하면 많이 현실화 되어 영악하고 똑똑한 현 세대의 빠른 이해는 그리 무리가 아니다.

강의와 현장의 괴리감은 엄연히 존재 한다고는 하나 2, 3학년에서는 영어와 컴퓨터를 기초로 한 교과목 원론에 충실한 강의를 하고 4학년과 대학원생에게는 응용을 강조해 간단한 아이디어들로 인류사회에 공헌하고 더불어 돈도 많이 번 연구와 이들의 결과를 소개하곤 한다.

이렇게 성공한 연구들을 공학적 마인드 측면에서 정리하여 다음 세 가지의 일련의 3P가 순차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 첫 번째가 특허(patent)다. 창조된 아이디어를 간단하고도 신속한 실험을 걸쳐 기초적 데이터를 얻어 특허 출원하는 것이 우선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의 근간을 법적으로 보호 받아야 되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각 대학의 산학재단에 특허담당 변리사들이 상주하여 있을 정도가 되었고 활동적인 특허변리사들이 논문집을 보고 특허를 출원하라고 친절하게 이메일을 대신 작성해 주는 곳도 있다.

두 번째는 연구계획서(proposal)다. 특허를 토대로 좀 더 정밀하고 실용화에 가까운 연구를 위하여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아이디어의 참신성, 당위성, 파급성 및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들을 자랑하기 위한 연구계획서를 작성해 연구비 지급 기관을 설득해야 한다. 물론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대학원생 본인들의 인건비는 물론 실험 시 사용되는 실험동물비, 시약비 및 재료비 등도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특허와 연구계획서를 바탕으로 연구된 결과물인 논문(paper)을 출간하여야 한다. 이는 자기의 실험디자인과 각 현상에 대한 기전규명이 논리적이라는 것, 그리고 자기가 창출해낸 아이디어의 참신성과 독창성을 동료연구자들한테 공증받는 절차이기도 하다. 영어 논문도 중요하지만 국어로 된 논문의 작성도 중요하다. 특히 논문을 처음 써보는 학생들에게는 처음 2편 정도는 필히 국어로 작성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찌 국어도 안 되는 사람이 영어가 될 리가 있겠는가? 물론 박사과정학생들은 SCI논문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의 세 가지 3P는 연속적으로 바퀴 돌듯이 돌아서 상승효과를 내게 된다. 이러한 결과물들은 바로 연구주체자인 학생의 취업으로 직결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에서는 재교육이 필요 없는 이른바 ‘맞춤형·주문형’인재가 양성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직접 손으로 실험하지 않고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두 집에서 귀하게 자란 학생들이라서 자발적으로 손에 물이 마르지 않게 계속 일을 하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각인시키는 것이 우선적이었다. 누구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 일을 할 때가 타의로 일을 할 때 보다 재미있고 일의 결과가 우수하다는 것도 인식시켜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은 그 누구 것도 아닌 학생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부각시켰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처음에 실험실에 들어 올 때는 ‘전혀 모른다’는 것과 ‘많은 양의 일을 하여야 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가졌던 학부 인턴급이나 석사급 대학원생들이 유수기업에 취업되고 하버드 의대나 스탠포드 대등의 포닥에 합격되었다는 낭보를 들을 때마다 강의시간에 강조하였던 3P의 중요성을 실감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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