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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 극복과 지식인의 역할
반지성주의 극복과 지식인의 역할
  • 양준모
  • 승인 2023.06.2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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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양준모 논설위원 / 연세대 미래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양준모 논설위원

프랑수아 마리 아루에는 볼테르라는 필명으로 풍자와 해악으로 지식층을 대변했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활용해서 경제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다.

이후 지식인들은 기득권을 비판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인기영합적 행동으로 경제적 성공에만 매달리는 지식도 늘었다. 진리를 탐구해야 할 대학도 시류에 편승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대학의 위상은 현저하게 떨어져 버렸고, 반지성주의가 세상을 점령했다. 

반지성주의는 미국의 매카시즘을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지만, 미국에서 활동하는 소련 간첩들이 붙잡히고 반지성주의가 진영논리 강화에 악용되면서 사회 전반으로 퍼지게 됐다. 지식인이 거짓말을 하고 과학적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경험한 국민은 실망했다. 일부 지식인들이 권력과 돈에 눈이 멀어버리거나 대중의 주목을 끌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변해 버리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지식인의 타락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탈진실 유형이다. 대학의 이름을 걸고 언론에 나와 진영의 입맛에 맞는 거짓말을 한다. 과거 유명대학의 수학과 교수가 사사오입 개헌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자문을 했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최근에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늘고 경제가 성장한다고 주장하거나 국민연금이 고갈되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뻔한 거짓말이지만 지식인이라는 권위로 대중을 설득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둘째는 침묵 유형이다. 거짓말을 해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탈진실이 득세하고, 유언비어가 사실로 오인되기도 한다. 사내 유보금을 기업에 쌓아 놓은 현금이라고 우겨도 아무도 바로잡지 않는다. 벌거숭이 임금님의 우화가 생각나는 대목이지만, 침묵도 지식인의 자세는 아니다. 

셋째는 모르는 영역에서 진실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확증 편향형이다. ESG가 기업이 반드시 따라야 할 기준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까지 미국에서는 세제 혜택을 받은 연금이 ESG를 고려하여 투자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ESG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가설이 존재하고 답이 확정되지 않아 아직 논쟁 중이다. 

지식인의 타락으로 피해를 받은 사람은 국민이다. 광우병 논란을 단순하게 정치적으로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아무 죄 없는 고깃집 주인들이 눈물의 폐업을 결정했다. 문제를 과대 포장하는 데에 언론이 나섰다. 지식인과 연예인이 합세하여 국민의 건강을 걱정한 것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하여 방류하겠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한다. 소송 결과는 뻔하다. 피해를 입증할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다. 이번 논란에서도 어민과 상인만 피해를 볼 것 같다. 

정치권에서 만들어 낸 괴담을 명예교수와 같은 지식인들이 홍보하면서 국민의 걱정은 늘지만, 괴담으로 피해 보는 것은 늘 약자들이다. 오염 피해가 없다면 국민이 안심하고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진실을 알리는 것이 지식인의 역할이다. 만연한 반지성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때보다 지식인 본연의 자세가 필요하다.

양준모 논설위원
연세대 미래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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