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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25] 서태후의 강장제에서 현대 유럽인의 감기약까지, 구기자나무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25] 서태후의 강장제에서 현대 유럽인의 감기약까지, 구기자나무
  • 권오길
  • 승인 2023.06.21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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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자나무
구기자나무는 아시아 전역에 넓게 분포하고 있다. 구기자나무 열매는 시력에 매우 좋고 삼계탕에 넣어 먹으면 좋다고 한다. 사진=위키미디어

구귀자(枸杞子)는 가지 과(科), 구기자나무 속(屬)에 드는 낙엽관목이다. ‘구기자’는 열매 이름이며, 나무 이름은 ‘구기자나무(Lycium chinense)’이다, 순우리말로는 ‘괴좆나무’, ‘물고추나무’이지만 어감이 좋지 않아 열매 이름을 따서 ‘구기자나무’로 부른다. 높이는 1~2m이며, 크게는 4m까지 자라고, 7~8월 한여름에 꽃이 피며, 늦여름에 꽃이 지면서 열매가 자라고 익는다. 야생에서도 간간이 발견되며, 흔히 시골에서 마당에 한그루씩 키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구기자나무는 한국을 포함하여 아시아 전역에 넓게 분포한다. 아시아에서 간식 내지는 귀한 약재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여왔으며, 영지버섯과 함께 십장생(十長生)에 나오는 불로초(不老草) 식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의 닝샤 후이족 자치구(宁夏回族自治区)의 ‘영하구기자’는 그곳 특상품으로 유명하다.   구기자나무는 낙엽성 목질 관목(deciduous woody shrubs)으로, 줄기에는 가지가 많이 나고, 영하구기자보다 줄기가 짧다. 진한 적황색의 구형이거나 길쭉한, 길이 7~15mm이고, 두께가 5~8mm인 반질반질하고 먹음직스러운 열매가 열리며, 그 안에 2.5~3mm의 납작한 노란 씨가 들어있다. 열매에는 다당류(polysaccharides), 카로티노이드(carotenoids), 플라보노이드(flavonoids)가 들었고, 잎이나 뿌리 등에는 제아잔틴(zeaxanthin), 베타카로틴(β-carotene), 구연산(citric acid) 등이 많이 많이 함유돼 있다.

구기자나무 열매는 시력에 매우 좋으며, 특히 삼계탕에 넣어 먹으면 좋다고 한다. 청나라 서태후가 즐겨 찾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기자 열매는 강장제로 유명했으며, 한국에서도 예로부터 강정제의 약재로 쓰여왔다. 다만 찬 성질이 있어 과량 복용하면 폭풍 설사에 걸릴 수 있으므로 단독으로 사용하지 말고 보완 약재를 같이 써주는 것이 좋다. 또한, 말린 구기자를 먹을 때도 한 번에 과량은 금물이고, 따뜻한 차와 함께 먹는 것을 추천한다.  잎, 열매, 뿌리껍질 무엇하나 빠질 것 없이 약재/식재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효능에는 면역 기능 개선, 뇌세포 손상 방지, 피부 건강, 눈, 혈당 수치, 간 개선 등이 있다. 또 뿌리의 껍질(근피, 根皮)이나 열매는 모두 가을에 채취하며, 근피는 강장, 염증의 억제, 해열에 쓰며, 과실은 강장 약으로 달여 마신다. 또 어린순과 잎은 나물로 데쳐 먹거나 된장국에 넣어서 끓여 먹는다. 열매는 따다가 말려서 먹거나, 끓는 물에 푹 달여서 구기자차로 마시고, 구기자주를 담가서 반주 삼아 마신다. 뿌리껍질은 ‘지골피’라 불리며, 성질이 차갑기에 한방에서는 주로 해열제 내지는 강장제로 이용한다.

구기자 열매는 독성물질을 배출하거나 해독에 도움이 되며, 꾸준히 섭취하면 노화를 방지하고, 지방 대사를 원활히 한다. 또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에 지방간, 신경 쇠약, 만성 간 질환 치료 등에 효능이 있다. 21세기 들어 서양에서도 구기자의 효능이 널리 알려져 의외로 요리에 많이 사용하는데, 건포도처럼 빵에 넣어 먹거나, 음료 형태로 마시는 경우가 많고, 보통 피로회복 내지는 감기약에 가까운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구기자는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재배되고 있다. 구기자란 구기자나무(L. chinense)나 영하구기자(寧夏拘杞子, L. barbarum)의 열매를 이르고, 한국에서는 구기자나무(L. chinense)를, 중국에서는 영하구기자(L. barbarum)를 지구에 처음으로 생긴 식물인 기원식물(起原植物)로 정의하며, 일본에서는 두 가지 모두를 기원식물로 삼는다. 즉, 한국은 구기자나무를, 중국은 영하구기자를 약용하고, 일본은 구기자나무 및 영하구기자를 모두 약으로 쓴다. 영어권에서는 구기자나무를 고지(goji), 고지 베리(goji berry), 울프 베리(wolfberry)라 부른다. 

충청남도 청양은 고추로도 이름난 곳인데, 일교차가 크고, 물 빠짐이 좋아 우수한 품질의 구기자가 생산되는 특산지이다. 구기자는 부드러운 맛이 우수하고, 부작용이 없는 약초로서, 이른 봄에 채취한 어린순은 겨울의 추위를 견뎌 나온 생명력이 강해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청양 구기자는 ‘임산물 지리적표시 등록 제11호(Cheongyang Gugija)’로 지정되었고, 예로부터 하수오, 인삼과 함께 3대 명약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청양은 기후와 토양환경이 구기자 재배에 적합하여 고품질 특산물인 구기자를 생산하는 전국 제일의 구기자 명산지이며, 알 구기자를 비롯하여 구기자 진액, 구기자 티백 차, 전통 구기자차, 구기자 오자환(五子丸) 등 각종 구기자 가공품들을 개발하여 공급하고 있다. '오자환'이란 십전오자탕(十全五子湯)에서 유래한 처방으로, 십전대보탕에 오자(복분자, 구기자, 오미자, 사상자, 토사자)를 더하여 약탕기에서 달인 것이라 합니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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