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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기회인가 위협인가…‘변화의 촉진제’로 공진화 시도
생성형 AI, 기회인가 위협인가…‘변화의 촉진제’로 공진화 시도
  • 김재호
  • 승인 2023.06.20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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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 시대의 출판: 도전과 기회’ 세미나

“챗지피티로 인한 텍스트 생성은 변화의 10%에 불과하다. 아마존은 전적으로 AI가 쓴 책으로 넘쳐나고 있다.” - 이시한 성신여대 겸임교수

지난달 미국의 시나리오작가들이 총파업에 돌입했다. 작가들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대본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요구했다. AI로 인해 일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또한 권위 있는 과학소설 출판사 클락스월드는 챗지피티를 활용한 소설의 투고가 쏟아져 당분간 원고 접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출판사는 지난 2월까지 500편 이상의 소설을 반려했다. 챗지피티가 작성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시한 성신여대 겸임교수가 「인공지능 언어 모델과 출판의 미래」를 발표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활성화되면서 창작의 영역에 기계가 도전하고 함께 하는 시대가 됐다. 사진=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지난 12일, 창비서교빌딩 50주년기념홀에서 「챗지피티 시대의 출판:도전과 기회」 세미나가 열렸다. 챗지피티는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유사한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AI 기술이다. 그런데 만약 AI가 책을 쓰고 실시간으로 출간까지 한다면, 미래의 출판산업은 어떻게 될까? 인간과 기계는 공존이 가능할까? 이러한 고민이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됐다. 이번 세미나는 디지털출판산업 활성화를 위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했다.

이시한 성신여대 겸임교수는 「인공지능 언어 모델과 출판의 미래」를 발표했다. 그는 “챗지피티에 의한 텍스트 생성은 변화의 10%에 불과하다”라고 진단했다. 현재 출판시장에서의 AI적용 현황을 보면, 챗지피티 관련 책, 사람이 챗지피티를 이용해 내용의 반 정도를 채운 책, 챗지피티가 쓴 대부분의 글로 채워진 책이 있다. 이 교수는 “아마존은 전적으로 AI가 쓴 책으로 넘쳐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생성형 AI가 출판시장에 끼칠 영향은 다음과 같다. 작가의 죽음이 아닌 수많은 작가가 탄생하고, 검증 없는 출판물로 인해 기존 작가의 의욕저하가 발생한다. 특히 전통적 방식의 작가-출판사-유통-서점(소매)-독자라는 출판시장의 구조는 작가-플랫폼-독자로 재편될 전망이다. 출판사 역시 위상이 변화된다. 작가가 AI를 이용해 직접 편집·기획·유통에 참여함으로써 출판사는 유튜브에게 시청자를 뺏긴 방송국이나 전문 마케팅 회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 교수는 “좋은 책을 만들면 된다는 솔루션은 이제 그만 제시해야 한다”라며 “의료계와 택시산업에서 보듯이, 규제도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AI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경우 출판계는 다음과 같은 대비가 필요하다. △미술·전자책의 경우처럼 책에 대한 외연 확장 혹은 전환 △데미안 허스트의 AI 프로젝트 「The Beautiful Painting」과 같은 인터랙티브 커스터마이징을 통한 새로운 창작방법 도입 △브랜드 마케팅 △콘텐츠 플랫폼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이 교수는 챗지피티를 대하는 출판계의 자세로 ‘변화의 트리거(촉진제)’를 주문했다. “전통적인 출판사가 아닌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거대한 기회가 시작됐다.”

 

인종차별 심한 AI의 그림

챗지피티가 쏟아내는 텍스트는 과연 인간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 사진=픽사베이

강양구 지식큐레이터는 「인공지능 진화와 출판의 기획·편집」 발표를 통해 질문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생성형 AI한테 “커피 들고 선글라스 낀 여성 그려줘”라고 하면 전부 백인 여성을 묘사한다. 하지만 “가판대에서 음식 파는 여성 그려줘”라고 하면 전부 인도계 여성을 그린다. 끔찍한 인종차별이다. 아울러, 그는 챗지피티의 논리 시스템에 대한 신뢰 문제와 지속가능성을 지적했다. 특히 챗지피티 플러스 서비스가 유료화하면서 경제 격차가 정보 격차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남유하 소설가는 「인공지능 글쓰기와 작가의 창작」에서 낙관적·비관적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낙관적 시나리오는 AI가 훌륭한 조력자로서 역할 할 수 있어, 작가를 보완해주고 협력할 수 있는 도구라는 점이다. 따라서 인간 작가와 AI의 공생이 가능하다. 하지만 비관적 시나리오는 작가가 AI의 에너지 생산을 위해 단순 노동하는 인간으로 전락할 수 있고, 에코 체임버(편향된 정보만 접하게 되는 닫힌 환경)에 갇힐 수도 있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화가‧조각가‧사진작가‧사진사‧작가와 관련 전문가‧지휘자‧작곡가와 연주가‧애니메이터‧만화가 등은 생성형 AI로 인해 직업이 사라질 위험이 높아졌다. 남 소설가는 “이야기하고 질문하는 인간”을 강조하며, “생성형 AI가 아니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갈 것”을 당부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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