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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눈물
인간의 눈물
  • 김재호
  • 승인 2023.06.13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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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환 옮김 | 두두 | 152쪽

대공황 시대, 기로에 선 노동자의 이야기 『인간의 눈물』
딱지본 소설에서 100년 전 노동자의 고뇌와 비애를 읽어 내다

딱지 시리즈 5편은 『인간의 눈물』이다. 그간 딱지 시리즈는 1편 무학대사의 영웅담, 2편 여걸 춘자의 모험담, 3편 써니와 찰리의 연애담, 그리고 4편에서는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유쾌함을 선사한 여러 개의 재담을 선보였다. 이번 5편 『인간의 눈물』은 노동자 ‘하원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제목에서도 연상되듯이 노동자로 살아가는 원근이 겪게 되는 괴로움을 담고 있다.

지금 시대에도 많은 사람이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지만, 100년 전이라고 해서 별세상은 아니다. 특히나 소설의 배경은 대공황을 맞은 1930년대이자, 일제의 식민 지배 아래 있던 시기이다. 이렇게 엄혹한 시대에 하원근의 가족들은 전기도 끊기고 물건도 저당 잡힌 채 배를 곯으며 살아간다. 이때 하원근에게 수상한 제안이 들어온다. 누군가 다른 사람인 척 연기해 주기만 하면 매달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 봐! 내가 지금 자세한 이야기를 할게 들어 봐─나로 말하면 변호사업을 하는 최문섭인데 저─삼청동 윤충원이란 부호의 집 재정 고문이란 말이야. 응─그런데 그에게는 다만 슬하에 아들은 없고 딸 하나밖에 없거든. 그래서 그 윤 씨의 미망인 황 씨는 후계자가 없어서, 저 대련 가 있는 지금 그 사진의 사람 말이야. 그 사람이 먼 촌수의 조카뻘 되는 사람인데 수양자 겸 사위로 데려오기로 하였단 말이야. 그런데 그 사람이 이달 초순에 오고 보니까 만주 어느 곳에를 갔다가 행방불명이 되었단 말이야. 그러니까 자네가 얼굴이라든지 체격이라든지 조금도 그 사람과 다른 점이 없으니까, 오늘부터 성명을 전덕술이라고 하고서 나 하라는 대로 하란 말이야. 응, 알아듣겠나? 바로 말하자면 그 사람은 죽었단 말이야.”
-본문 中

1930년대 대표 작가들이 쓴 노동 소설들은 노동자들에 대한 수탈과 착취, 그리고 그로 인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면서, 이러한 문제를 만들어 낸 사회 구조를 해부하고 타파하려 한다. 이에 반해 딱지본 소설인 『인간의 눈물』은 사회적 약자로서 노동자가 느끼는 비애와 공포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또한 주인공 원근이 저항적인 투사가 아니라 연약하고 인간적인 보통의 사람이라는 점은 다른 소설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자, 당대 대중 독자에게 사랑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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