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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냉전문화사
한국의 냉전문화사
  • 김재호
  • 승인 2023.06.13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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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범 지음 | 소명출판 | 757쪽

냉전/문학(화)의 구조적 역학으로 빚어진 한국 냉전문화 연구의 첫 발걸음을 떼다

이 책은 한국의 냉전문화사에 대한 개관이다. 냉전체제와 한국적 조건이 착종되어 굴절·변용되는 파노라마는 서구발 냉전(문화)의 보편성으로 치환 또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다단하다. 냉전/문학(화)의 구조적 역학으로 빚어진 한국의 냉전문화란 무엇일까?

이 책은 한국 냉전문화사 연구의 성긴 서론 내지 윤곽에 불과하다. 냉전과 문학의 접속 및 그것의 문학제도화 양상에 관한 연구는 ‘검열의 문화사’, ‘한국 현대문학의 제도와 매체’란 단행본으로 각각 묶어 곧이어 출판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 냉전문화사 연구의 1부에 해당하는 셈이다. 냉전과 분단체제하 한국의 내재적 조건이 어떻게 접속·굴절·변용되어 특유의 냉전문화로 현시되는가에 대한 거시적인 조감이다.

책의 제1부는 전후 냉전의 세계적 확산 추세 속에서 미국의 공적/민간 원조를 매개로 한 한국 냉전문화·학술의 제도화 양상을 살피는 동시에 냉전의 주변부에서 격전장으로 부상한 동북아시아 문화냉전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 한국지식인들의 일본·중국 인식이 한국의 냉전문화에 어떻게 작용했는가를 탐문해 한국 냉전문화 형성의 중층을 밝혀보고자 했다.

제2부는 서구발 냉전텍스트의 한국적 수용과 냉전분단 체제하에서 생산된 텍스트가 동북아를 횡단하며 어떤 냉전 정치성을 발휘했는가를 추적했다. 이와 함께 냉전지역학으로서 북한학 성립의 구조적 역학을 살펴 냉전지식의 세계적 연쇄와 한국적 냉전 지의 안팎을 재구성하고자 했다.

제3부는 한국 특유의 냉전 문화·사상이 어떻게 구축되고 또 장기 지속되었는가를 반란, 전향, 부역, 월북/월남, 귀순, 심리전 등 주요 냉전 의제의 제도화 양상을 통해서 구명했다. 한국 특유 내부냉전의 동력학에 관한 천착이다. 지금도 냉전이 만들어낸 수많은 망령이 한국사회를 점령하고 있는 역사적 기원과 배경을 일러준다. 진실의 복원,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이미 과거 속에 제출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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