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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세미나
자본주의 세미나
  • 최승우
  • 승인 2023.05.16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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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 지음 | 김영사 | 199쪽

“유토피아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의 사회는 있다”
자본주의의 생성, 발전, 쇠퇴 그리고 다음 세계에 대한 사유와 성찰

《예수전》 《B급 좌파》 비판적 지식인 김규항의 시민을 위한 ‘자본’ 읽기 

기업가 정신, 노동자의 상상력과 자율성, 혁신과 공정의 강조 그리고 인공지능의 등장과 같은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자본주의 체제하 인류는 생산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처럼 보인다. 다른 한편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 침체, 노동 불안정성, 생태기후 위기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회의와 비판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현상만으로 자본주의를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작동방식을 살필 때다. 《예수전》 《B급 좌파》의 비판적 지식인 김규항이 신작 《자본주의 세미나》로 돌아왔다.

특유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자본주의의 생성, 발전, 쇠퇴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오늘날 역사 속의 한 생산양식으로서 자본주의가 늙고 노쇠했음을 드러낸다. 노쇠한 체제 위기와 새로운 질서 탄생 사이, 이행기를 살아가는 오늘날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담았다. 

특히, 이 책은 기존 마르크스주의와 전혀 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저자는 ‘노동자 계급은 하나’라고 보지 않는다.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해 생활하는 사람들 사이의 빈부 격차가 갈수록 심각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실제로 비정규직 노동자는 재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보다 대기업 정규직과 자신을 비교할 때 더 구체적인 자괴감을 느낀다.

생활 수준의 격차는 입시 경쟁을 통해 세습화하여 신분화한다. 19세기 자본주의를 자본주의의 기본 형태로 본다면 이 상황은 자본주의의 속성 변화다. 그러나 저자는 반대로 이 상황은 모든 노동을 상품 가치로 환원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이며, 대다수 노동자가 비슷한 처지이던 19세기엔 미처 불거지지 않았고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본격화한 거라 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체제를 파악하는 데 꼭 필요한 내용을 되도록 쉽고 간결하게 담은 것입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현상만으로도 자본주의를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는 건 함정일 수 있습니다. 비판에 앞서 그런 현상들이 만들어지는 원인과 메커니즘을 알아야 합니다.

이 책은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적 견해와는 일정한 차이를 갖습니다. 노동자 계급 내의 계층 격차를 중요하게 봅니다. 자본주의 초기에 이 문제는 그리 불거지지 않았지만 이젠 계급 격차를 무색하게 할 정도입니다. 흔히 이런 변화는 자본주의의 속성 변화라 여겨지지만, 이 책은 자본주의의 본디 속성이 본격화한 거라 봅니다.”(‘들어가며’ 중에서)

저자는 산업혁명기 자본주의가 힘이 넘치는 축적운동으로 인간을 해쳤다면, 현대 자본주의는 노쇠한 상태로 억지로 축적운동을 벌이느라 인간과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본주의의 무계획적 생산 방식을 버리고 인간의 필요를 위한 계획적 생산 체제에 대해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행기의 사유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이 책은 거스를 수 없이 강력한 자본주의 체제를 살아온 우리가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겨온 생각과 행동을 의심하고 질문을 던져보도록 돕는 가장 근본적이고도 최신의 자본론이다. 유토피아는 없지만 최소한의 사회는 있다. 

“새로운 사회는 현재의 사회 안에서 자라납니다. 우리가 노쇠한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바꿔 말하면 새로운 사회가 생겨나는 시기에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행기’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행기가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일정을 갖게 될지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이행기의 성격을 고려할 때, 그 주역은 선구자나 지도자와 함께하는 군중이 아니라 스스로 사유하는 개인들일 거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18장 노쇠한 자본주의’ 중에서)

당신을 위한 자본주의는 없다

상품과 화폐의 탄생에서 경기순환과 현대 자본주의까지 새로운 사회를 사유하는 인간을 위한 자본주의 세미나

주류 경제학은 수요-공급을 기반으로 한 시장 현상과 그 인과관계, GDP, 금리, 물가상승률 등 시스템의 표면과 현상에 매달리느라 자본주의가 자본의 이윤 축적에 목적을 두고 물질적 재생산을 이루는 메커니즘을 해명하지 못한다.

이 책은 상품과 노동가치론, 물신 세계와 신자유주의, 평등을 삼킨 공정, 공황과 인플레이션, 청년 실업 문제와 잉여노동, ESG 경영과 탈성장의 진실까지 자본주의라는 독특한 물신 세계를 파악하는 데 꼭 필요한 내용을 쉽고 간결하게 담고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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