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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곁에서
작별 곁에서
  • 최승우
  • 승인 2023.05.02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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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지음 | 창비 | 268쪽

“지금 내게는 작별하는 일이 인생 같다”
매 순간 헤어지며 살아가는 우리 곁에 오래도록 자리할 소설
인생이라는 난파선을 응시하는 신경숙의 깊은 통찰

한국을 넘어 전세계 독자를 매료시킨 소설가 신경숙이 데뷔 38년 만에 첫번째 연작소설 『작별 곁에서』를 출간했다. 예기치 않은 일들로 삶의 방향이 바뀌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간체 형식으로 풀어낸 이번 책은 총 세편의 중편소설을 엮었다.

절묘하게 연쇄되는 이 세통의 편지는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작별과 사랑, 생의 의미를 사려깊은 문장으로 사유하며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서로 다른 화자의 목소리가 연결되는 과정이 작가 특유의 유려한 문체를 통해 섬세하게 이어지는 이 소설집은 편편이 놀라운 흡인력을 선보인다.

현대사가 할퀴고 지나간 한 가족의 아프고도 시린 생을 통해 디아스포라의 상실감과 모국어를 향한 그리움을 담담하고도 촘촘하게 보여주는 「봉인된 시간」, 독일에서 암투병 중인 친구의 작별인사가 담긴 이메일을 받고 무작정 친구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나는 ‘나’의 간절한 작별 의식을 써내려간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내고 몇년간 은둔하다가 「봉인된 시간」의 화자에게 답장을 쓰기 위해 제주의 작업실을 다시 찾은 ‘나’의 이야기를 담은 「작별 곁에서」까지, 인생이라는 난파선 위에서도 끝내 삶의 의지를 다지는 존재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슴 절절하게 그려내며 단단한 작품성을 증명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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