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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행위손해배상청구와 소멸시효
불법행위손해배상청구와 소멸시효
  • 최승우
  • 승인 2023.04.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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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희 지음 | 342쪽 | 도서출판 정독

이 책은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에 대한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766조 제1항 내지 제3항에 대한 연구물이다. 

시효법리와 그 제도사는 모두 시간적 존재로서의 인간 생활의 전개를 법적 차원에서 규율하고 있다. 소멸시효는 ‘인류의 경험적 예지에 의해 평화와 안심을 담보하기 위해 최소한의 악(惡)을 허용한다는 사회계약(pacte social)에 뿌리박힌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즉 시효란 법원의 판결에 의해 담보되는 법적 정의가 본래 유구할 수 없으며, 진실의 탐구와 법 논리의 실현은 한정된 시간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 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서 유래하였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법제도가 언제까지고 진실을 좇으며 정의의 실현에만 끊임없이 전념한다면, 사회는 기능적으로 파탄을 맞이할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멸시효 제도 자체는 채무자에게 유리하고 채권자에게 불리하다. 따라서 시효제도의 운용은 궁극적으로 채권자의 권리를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지로 귀결된다.

소멸시효제도에 의해 희생되는 권리자를 배려하기 위해 각국의 시효법은 시효의 진행시점을 늦추거나, 시효의 기간을 장기로 하거나 또는 시효의 정지·중단 및 시효이익의 포기 등을 인정한다.

이는 결국 시효제도와 권리자 보호를 적절하게 중용하고자 하는 입법자의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민법은 제162조 이하에서 소멸시효에 대해 규정하면서도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에 대해서는 제766조에서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복잡다기한 불법행위의 발생원인을 고려하면 민법 제766조의 조문에 대한 원칙적인 해석론으로 모든 사건에 대해 구체적타당성을 도모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 책은 불법행위손해배상청구의 학설과 판례의 기본적인 입장을 소개하고 최근 우리 판례가 선례와의 구별(distinguishing)과 폐기(overruling)를 통해서 실체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에 대해 매우 고무적인 입장에서 그 변화를 소개하였다. 실체적 정의실현을 위해서는“호소할 수 없는 자에 대해 시효는 진행되지 않는다(Contra non valentem agere non currit praescriptio)”는 법언(legal maxim)을 고려하면서 선례와의 구별 또는 폐기를 위해 용기를 내어야 할 것이다.

특히 국민에 대한 국가범죄 및 반인권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칸트가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에서 제공한 조언 ‘너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Sapere aude!)’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용기를 보여준 판례에 힘을 얻어 오류에 대한 두려움을 안은 채 발간하게 되었다. 향후 우리민법상 소멸시효제도가 해석론이든 입법론이든 조금 더 실체적 정의실현에 비중을 두어 법적안정성과 피해자(채권자)보호를 위한 중용이 모색되길 기대해 보며 이 책이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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