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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대체할 으뜸 원소…에너지 함유량 높다
화석연료 대체할 으뜸 원소…에너지 함유량 높다
  • 이현규
  • 승인 2023.04.21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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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수소경제의 과학』 김희준·이현규 지음 | 사회평론 | 140쪽

김희준 전 서울대 교수(화학과) 유작
화학자가 본 수소에 관한 모든 것

수소는 주기율표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에게 친숙한 원소다. 수소는 전자 1개와 양성자 1개로 구성된 가장 단순한 원자 구조를 갖는다. 미시 세계의 현상을 지배하는 양자물리학의 태동과 발전에는 명료한 비밀을 가진 수소의 구조적 단순성이 있었다. 수소의 단순성은 수소경제와 관련된 현상의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는 데도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수소경제(hydrogen economy)란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 대신 수소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새로운 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수소는 어떻게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까?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물을 만들 때 나타나는 반응열을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요점이다. 물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 새로운 연료의 과학적인 특성은 복잡한 구조를 가진 화석연료와 달리 수소의 단순성 덕분에 명료해 보인다. 

기존 화석연료가 있는데도 수소가 새로운 연료로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 때문이다. 수소는 화석연료와 달리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기체를 배출하지 않는다. 지구는 태양 에너지를 받아 일부는 반사하고 일부는 흡수했다가 다시 우주 공간으로 배출해 에너지 출입의 평형을 이룬다. 대기 중에 있는 수증기나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기체는 지구 표면에서 배출되는 열을 흡수해 지구의 온도를 15도씨 정도로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흡수하는 열이 많아졌고, 그 결과 지구온난화 현상이 일어났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수소연료로의 전환은 지구온난화를 막는 탄소중립 정책의 중요한 요소이다.

 

이 책은 수소경제와 관련해 물리학·화학 같은 자연과학의 원리가 중요하게 드러나는 주제들을 짚는다. 수소의 결합 반응을 이해하는 데 기초가 되는 공유결합과 열역학의 기본 개념을 이용해 수소의 에너지 함유량이 탄소에 비해 월등히 큰 이유를 설명한다. 우주 진화 과정에서 수소가 우주에 가장 풍부한 ‘범우주적’ 원소가 된 이유와 연료의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수소경제의 핵심인 수소연료전지의 원리도 중요하게 다룬다.

『수소경제의 과학』 집필 구상은 2002년에 출간된 두 권의 책, 존 S. 릭던(John S. Rigden)의 『수소』와 제러미 리프킨의 『수소 혁명』에서 시작됐다. 리프킨은 수소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경제 시대가 올 것이라고 봤고, 릭던은 20세기 인류 정신사의 혁명으로도 볼 수 있는 양자역학의 발전에 수소 원자 연구가 기여한 내용을 설명하며 우주에 가장 많이 퍼져 있으며 다가올 경제 체제를 이끌 에너지원이 될 으뜸 원소로서 수소의 역할을 예언했다. 

공동 저자인 故 김희준 전 서울대 교수(화학과)가 2003년에 이미 일독을 마쳤다며 펼쳐 보인 『수소』의 말미, 형광펜으로 강조해놓은 “화학자가 담을 수 있는 또 다른 수소 이야기가 더 있을 것이다”라는 문장이 기억난다. 김 교수는 화학자가 본 수소에 관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가졌던 것 같다. 또 리프킨의 『수소 혁명』은 수소에 관한 화학뿐만 아니라 물리학을 포함한 과학적 지식을 공학이나 경제학, 사회 현상 등과 연관해 학제적 측면에서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책을 구상하고 계획하는 계기가 됐다. 

집필 과정에서 접하게 된 기상학자 마나베 슈쿠로와 클라우스 하셀만의 202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소식은 우리의 구상에 힘을 더해 주었다. 2019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리튬이온전지의 개발에는 화학자(스탠리 휘팅엄), 물리학자(존 구디너프), 공학자(요시노 아키라)가 각자의 시각에서 문제에 접근해 융합적으로 기여했다는 점도 강조하고자 했다. 

김희준 교수는 원고가 마무리되고 출판사와 수정 보완 작업을 하던 중 2022년 8월, 가족이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영면하셨다. 고 김희준 교수의 유작인 이 책에는 두 편의 시가 실려 있다. 1장에는 평소에 애송하던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 「수선화」가, 3장에는 공유의 즐거움을 노래한 옥텟 규칙에 관한 영문 자작시가 실렸다.

 

 

 

이현규
한양대 명예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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