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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개설되고 폐과되는 융합학과
우후죽순 개설되고 폐과되는 융합학과
  • 신다인
  • 승인 2023.04.1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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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2 한국대학 융합교육 현황

융합학과 신설과 폐과가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에 개설된 융합학과가 이듬해엔 절반 정도가 폐과됐다. 이는 정부 사업 수주와 외부 평가 등을 위해 충분한 준비 없이 졸속으로 융합학과 신설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대영 가천대 교수가 발표한 「한국대학의 융합교육 현황과 발전방안 연구」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간한 『2022 고등교육현안 정책자문 자료집』에 실렸다. 

융합학과는 2000년대 들어 창의적 융합인재 양성이라는 취지 아래 융합전공, 연계 전공, 자기설계전공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등장하기 시작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부가 2011년 융합교육정책을 도입했으며, 2017년에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대학들이 과거보다 쉽게 융합전공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융합교육 유형은 △복수학과가 융합전공 과정을 공동 운영하는 유형 △단일 학과 및 학부 내에 융합전공이 개설되는 유형 △복수의 융합학과로 융합대학을 설치한 유형 △여러 학과의 연구를 융‧복합적으로 수행하는 연구소 유형 △대학들이 연합한 공유대학 형태 등이 있다. 

전체 고등교육기관의 연도별 융합학과 개설과 폐과 현황. 출처=
전체 고등교육기관의 연도별 융합학과 개설과 폐과 현황. 출처= 「한국대학의 융합교육 현황과 발전방안 연구」

신설‧폐과 빈번, 혼돈의 융합학과
융합학과 수는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동시에 폐과 숫자도 늘었다. 오 교수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대학과 전문대학 융합학과 관련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개설 융합학과의 수는 2019년 903개에서 2020년 1천170개, 2021년 1천309개, 2022년 1천392개로 늘었다. 그런데 폐과 숫자도 2019년 337개에서 2020년 398개, 2021년 542개, 2022년에는 722개로 늘었다. 개설학과 수의 전년대비 증가율은 2020년 29.6%, 2021년 11.9%, 2022년 6.3%로 급격히 떨어진 반면 폐과의 전년대비 증가율은 2020년 18.1%, 2021년 36.2%, 2022년 33.2%로 커졌다. 

특히 전년도의 개설학과 가운데 폐과된 학과의 비율은 2020년 44.1%, 2021년 46.3%, 2022년 55.2%로 늘어났다. 2022년에는 전년도에 있던 융합학과의 절반 정도가 폐과됐다. 오 교수는  “대학의 융합학과는 신설과 폐과가 매우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는 혼돈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설 융합학과 증가율은 둔화하고, 폐과되는 융합학과의 증가율은 높아져 융합학과 거품이 걷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고등교육기관의 5대 계열별 융합학과 개설 현황. 출처=위와 같은 보고서.
고등교육기관의 5대 계열별 융합학과 개설 현황. 출처= 「한국대학의 융합교육 현황과 발전방안 연구」

공대, 융합학과의 60% 차지
계열별로 융합학과 개설 현황을 분석하면 공학계열이 60%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융합학과 계열별 비율은 공학·인문사회·자연과학·예체능·의학 순이었다. 인문사회계열은 17.7~20%이고, 자연과학은 매년 11%대였다. 예체능은 7~8%였고, 의학은 1% 미만으로 매우 적었다. 

오 교수는 “매년 공학계열이 60% 안팎으로 많았지만, 공학 계열의 비중은 매년 줄고 인문사회 계열의 비중은 증가했다. 공학 계열이 주도하던 융합학과가 인문사회, 예체능 계열로 확산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소분류 기준으로는 매년 응용소프트웨어공학, 전산학・컴퓨터공학 등 IT 분야 학과가 가장 많았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인공지능(AI) 공학이다. 2019~2022년에 고등교육기관들이 개설한 융합학과의 이름은 총 1천358개다. 이중 ‘AI’와 ‘인공지능’이 들어간 학과는 150여 개로, 인공지능이 가장 인기 있는 분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증가하면서 인공지능 분야가 융합교육이 활발한 분야로 부상한 것이다. 

인문사회 계열에서는 경영학, 사회복지학, 교육학, 경영정보학, 문화・민속・미술사학, 영상학 분야에 많았다. 예체능 계열에서는 디자인, 체육 등의 학과에서 융합교육이 많았다. 전반적으로 실용 학문을 중심으로 융합학과 개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융합학과, 현장‧학생 중심으로 개편 필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융합교육의 문제점을 크게 2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융합교육이라는 간판을 내세웠지만, 실제 내용은 융합교육이 아닌 경우다. 오 교수는 “대학이 치밀하게 준비해서 만들기보다는 학생모집과 학교홍보 등을 위해 시대 조류에 편승하거나 정부사업 수주, 외부 평가 등 외부적 요인을 위해 졸속으로 만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매년 개설되고 폐과되는 융합학과의 상황이다. 개설되는 융합학과의 증가율은 둔화되는 반면 폐과되는 학과의 증가율이 높아지는 현상은 졸속으로 만들어지는 융합학과가 많고, 실패할 확률도 높다는 의미다. 이 외에도 학과 간 높은 장벽, 대입 준비용 주입식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융합적 교육 설계에 필요한 학습역량의 부족, 대학의 행정, 재정 지원의 미비 등을 꼽았다. 

오 교수는 개선방안으로 “정부와 대학 차원의 지속적인 재정적, 정책적 지원과 융합연구에 대한 개방적, 능동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의 융합교육 과정이 학습자의 내면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치밀하게 편성돼야 한다”며 “현장과 연계된 실제 문제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현장‧학생 중심으로 교육 과정을 편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대학의 학과중심주의 문화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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