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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에 갇힌 정보…가짜뉴스·사이버스토킹 부른다
알고리즘에 갇힌 정보…가짜뉴스·사이버스토킹 부른다
  • 임인재
  • 승인 2023.04.06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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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미디어의 역사: 연기 신호에서 SNS까지, 오늘까지의 매체와 그 미래』 자크 아탈리 지음 | 전경훈 옮김 | 책과함께 | 500쪽

미디어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우리는 오늘날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하고 있다.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뿐만 아니라 메타버스·챗지피티와 같이 새로운 미디어들이 현기증이 날만큼 빠르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디어의 역사』의 저자인 자크 아탈리는 미디어의 과거를 살펴보면서 이러한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미디어의 역사를 조망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디어를 어떻게 비판적으로 바라볼 것인지, 미디어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인간인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실제적인 방법론도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인 자크 아탈리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디어 역사는 네 개의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각종 문자와 그림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기원전 3만 년부터 인쇄술의 혁명이 시작되기 직전인 14세기까지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인쇄술의 혁명이 시작된 15세기부터 증기 동력 인쇄기가 도입된 19세기 중엽까지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종교개혁으로 인해 인쇄된 유인물이 쏟아져 나왔으며, 계몽주의 사상의 진원지인 커피하우스를 중심으로 소식지와 유인물이 전파되었으며, 학술지와 통신협회도 생겨났다.

세 번째 단계는 신문·라디오·텔레비전 등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매스미디어의 황금기였던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까지이다. 네 번째 단계는 기존 미디어 환경의 지각을 뒤흔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등장한 2000년대 이후이다. 이 네 번째 단계는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단계이다.

아탈리는 수많은 참고문헌과 실증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 미디어 상황의 장점과 단점을 치밀하게 비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우리에게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유와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빠르게 연결될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그리고 소수의 권력자만이 가질 수 있던 정보를 손쉽게 취득할 수 있는 자유 또한 우리에게 제공했다. 이에 소셜네트워크 공간은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지게 됐다.

그런 미디어 공간이 이제는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예컨대, 검증되지 않은 가짜 뉴스가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고 있으며, 알고리즘에 의해 사람들은 자기만의 세계 속에 빠져 정보를 소비하고 있다. 이로 인해 특정 이슈에 대한 편향적인 지각,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편에 대한 증오심의 증가, 사회 소수자에 대한 차별, 사이버스토킹과 같은 범죄 등 사회적인 문제가 증가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자크 아탈리는 새로운 ‘빅브라더’의 출현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현재 국가는 미디어를 통제할 수 없다. 대신, 구글과 같은 거대 기업들이 미디어를 장악하면서 국가를 능가하는 감시체계를 갖추고 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인 자크 아탈리이다. 그는 미디어를 장악한 자본을 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위키피디아

현재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챗지피티는 미디어 역사의 또 다른 분기점이 될 것이다. 소셜네트워크는 훨씬 더 강력한 또 다른 기술의 물결에 의해 대체될까? 인간 저널리스트들은 자동기계로 대체될까? 2050년에도 신문·라디오·텔레비전·소셜네트워크·저널리스트들은 존재할까? 로봇이 소셜네트워크를 능가해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기사와 통제할 수 없는 소문 등을 무한대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제 미디어 기사를 생산하는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될 것이다. 그다음엔 라디오와 텔레비전 내용도 이 기계가 생산하게 될 것이다. 이제 가까운 미래에 인간은 자동기계에 저작권과 보수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책 내용에서 흥미로운 점은 주류 매스미디어였던 종이신문·라디오·텔레비전의 미래가 제시된 것이다.

저자는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상기시킨다. 첫째, 우리는 미디어에서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며, 가짜뉴스, 모욕, 협박을 탐지하는 수단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저널리스트들을 제대로 양산해 저널리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셋째, 플랫폼과 소셜네트워크를 통제·해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디어를 장악한 자본을 국가와 시민들이 견제해야 하며, 국가는 법률과 제도를 통해 구글과 같은 초국적 거대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제한하며,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임인재 기자·언론학 박사 mimohh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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