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이 130여 년 전 미국인 아펜젤러 선교사에게 선물했던 ‘나전흑칠삼층장(螺鈿黑漆三層欌)’이 최근 배재학당역사박물관로 돌아왔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은 이번 기증을 계기로 ‘2023년 국외소재문화재 관련 민간단체 사업’에 선정돼 국외 문화재 실태조사와 활용 및 보존 콘텐츠 개발 등을 하게 된다.
이번에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이 기증 받은 나전흑칠삼층장은 아펜젤러 가문의 가보로 여겨질 정도로 귀한 가구다. 아펜젤러 선교사(Appenzller·1858~1902)는 1885년 조선에 입국해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근대 교육기관 배재학당과 최초의 개신교 교회 정동제일교회를 세웠다.
고종의 선물은 높이 180.3㎝, 가로 114.9㎝, 세로 54.6㎝로 검은 옻칠 바탕에 나전 빛이 어우러진 최고급 공예품으로 꼽힌다.
이번 기증은 아펜젤러 선교사의 증손녀 다이앤 다지 크롬이 100년이 넘은 귀중한 유물을 한국에서 보존·보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이뤄졌다.
구한말 고종은 외국인 선교사들에게 도자기, 병풍, 팔찌 등을 선물로 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삼층장처럼 대형 가구를 선물한 기록은 없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은 올 가을 ‘고종이 아펜젤러에게 하사한 나전흑칠삼층장의 유산적 가치 규명 및 보존·관리 방안’이라는 학술세미나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 학술세미나에서 최고급 나전칠기 공예의 진수로 꼽히는 삼층장의 가치를 돋보이게 할 예정이다.
최종희 배재학당역사박물관장(배재대 조경학과 교수)은 “올해 하반기 학술세미나를 개최해 시민들에게 ‘나전흑칠삼층장’ 사례를 공유해 국외 소재 한국 문화재 반환에 대한 의의와 향후 보존 필요성을 알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