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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아침
칠흑 같은 아침
  • 최승우
  • 승인 2023.03.07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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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랫 앤더슨 지음 | 이경준 옮김 | 마르코폴로 | 204쪽

스웨이드의 리드 싱어인 브렛 앤더슨(Brett Anderson)은 오랫동안 밴드의 뒷이야기를 고민해왔다. 영국에서 가장 빨리 팔린 데뷔작이 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던 1994년, 그는 저널리스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쓰는 회고록은 빌어먹을, 정말 좋은 책이 될 거야.”

〈칠흑 같은 어둠〉은 그 책이 아니다. 즉, ‘수십 만장 팔린 그룹에 대한 회고록’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웨이드 밴드 이전, 그러니까 브렛 앤더슨이 과거의 화석 속에 웅크리고 들어가 유년 시절을 반추한다.

책의 제목이 우울한 노동 계급을 연상시킨다면 그것은 바로 브렛 앤더슨이 의도한 바이다.

그는 런던 외곽에서 무상 급식을 받을 정도로 가난하게 자랐다. 앤더슨의 가족은 노동계급이었으며 아버지는 택시 운전사였다.

스웨이드 음악의 우울한 정서는 바그너와 베를리오즈 그리고 엘가에게서 영향 받았고 이러한 클래식 음악은 프란츠 리스트 숭배자였던 아버지와도 무관하지 않다.

많은 록 스타들의 회고록은 섹스와 마약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거나 자기변명을 늘어놓는다.

이 책에서 브렛 앤더슨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그렇게 행동했다고 생각한 이유나 그렇게 느꼈던 이유를 설명하면서 그때 당시 마음의 움직임에 대해 말한다.

요컨대 통찰력이 대단히 뛰어나다. 더구나 여기에는 밴드 스미스의 모리세이의 가사가 그랬듯이 삶의 구멍 사이에서 흔들리는 영혼을 성공적으로 그려낸다.

이 책은 밴드가 레코드 계약을 하면서 끝난다. 따라서 여기에는 기타리스트 버나드 버틀러와의 갈등 같은 것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요컨대 스웨이드 팬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설명하기보다는 브렛 앤더슨의 개인적인 서사에 집중한다. 이 책은 확실히 팬클럽만을 ​​위한 회고록이 아닌 것이다.

그보다는 스웨이드 음악을 잘 모르지만 삶에 대한 성찰과 번민 그리고 무엇보다 실패와 방황의 기록에 관심 있는 일반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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