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洛論係와의 연관 집중 논의 … 眞景의 4단계 주장도
洛論係와의 연관 집중 논의 … 眞景의 4단계 주장도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6.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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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동향_ ‘眞景文化, 그 實像과 虛像’ 열려(성균관대, 2006. 7. 7)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지영 박사, 박은순 교수, 이천승 박사, 김문식 교수, 조남호 교수, 김상엽 박사. © 교수신문

최완수 간송미술관 실장 등 ‘간송학파’가 주도한 ‘진경시대’가 학계의 잠재적 논쟁거리로 남겨져 있던 차에, 이를 주제로 한 다학제간 토론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 7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한국사상사학회의 학술대회에서는  ‘동국진체연구’(나종면 서울대·국문학), ‘18세기 진경의 역사적 이해’(김지영 서울대·사학), ‘18세기 초반 낙론 성리학의 형성과 사회문화적 경향: 진경문화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이천승 성균관대·철학), ‘진경산수화 연구에 대한 비판적 검토’(박은순 덕성여대·미술사) 등 총 4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이들은 △진경문화를 예술가들에게 개별 경험을 통해 天機를 간취케 해줬던 낙론계 사고와 연결시켜 규명하고(김지영), △김창협 형제의 사상을 규명해 소중화적 관점의 진경문화론을 비판했으며(이천승), △최완수의 진경시대 구분을 비판하면서 4단계 진경개념을 제시하는(박은순) 등 기존 학설과 대립되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김상엽 영산대 강사, 김문식 단국대, 조남호 국제평화대학원대 교수, 진준현 서울대박물관 학예사의 논평이 이어졌다.

첫번째 쟁점은 철학적 사고와 작품창의 연관성 여부였다. 겸재 작품이 당대사상과 직접 관련이 있냐는 것. 조남호 교수는 ‘심기와 형기를 구분한 김창협 형제가 心에 대한 관심을 통해 진경산수화를 일으켰다’는 이천승 연구원의 주장에 대해 “겸재의 진경산수를 낙론과 억지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조 교수는 김창협 형제는 물질적 후원자로서 느슨한 관계일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김상엽 박사 역시, “동아시아 예술은 서구와 달리 작품과 사고가 직접 연결되지 않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고, 안외순 박사(정치사상)도 ‘낙론계의 사상을 겸재의 그림과 직접 연결시키는 것이 타당한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표했다.

이에 대해 김지영 연구원은 “최완수가 백악사단과 겸재의 논쟁을 들고 있는 것이나 겸재와 이병연과의 교류 등을 참조하면, 낙론계 사고와 겸재가 공명했음을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홍정근 성균관대 겸임교수(철학)는 ‘18세기를 오늘날 시각에서 보지 말 것’을 주문했는데, 중세는 소수에 의해 정치경제문화 흐름이 결정돼, “지원자인 낙론지배세력”의 입김이 “예술문화에 작용했을 것”이라며 ‘낙론과 예술의 무관성’ 논의에 재반론을 가했다.

두번째 쟁점은 좀더 ‘18세기를 진경시대로 칭하는 게 타당한가’였다. ‘진경시대’란 용어로 인해 동시대 다른 예술적 흐름을 무시할 수 있기 때문. 김상엽 박사는 “오늘날 겸재 그림이 심사정보다 높이 평가되는 것은 민족진흥이 강조된 시대흐름 때문”이라며, “당대에나 그 후에도 심사정 그림이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김 박사는 박은순 교수가 진경을 네 단계(사실적→사의적→관념적→정형적)로 구분한 것에 대해 “작품분석이 매우 빈약한 현 상황에서 유형화는 섣부르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나종면 연구원 역시 “18세기는 매우 개별적이고 다양해 당시 사람들은 이념보다 현실을 우위에 뒀다”며 하나의 이념으로 시대를 규명하는 것의 위험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조남호 교수는 한 단계 더 나가 “작가유파로 부르는 게 어떤가”라며 ‘진경시대’를 ‘정선산수화’, ‘심사정산수화’ 등으로 해체시켰다. 이에 대해서 박은순 교수는 “공통점이 있다면 하나의 틀로 바라보는 게 옳다”라고 반박했다. 김지영 연구원 역시 “최완수처럼 시대를 보는 관점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지, 실경이나 기록화가 존재했었음을 나열하는 건 반론으로서 한계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진경’의 개념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眞景’이 18세기에 실제 사용됐다는 이유로 오늘날 고유명사화 된 것에 대해 조남호 교수는 “서울에서 한 줌도 안되는 일부 낙론계에서 사용한 것을 조선 전체의 문화로 규정하는 건 여전히 재검토돼야 할 측면”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실경’의 관점에서 ‘진경’과 혼돈(?)하는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김지영 연구원은 “眞이 나의 경험세계를 담아낼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당시 낙론계의 천기론을 재차 강조했다.

이 외에도, 중국의 천기론적 문예론 자체가 “중국 명청대 문예론의 흐름에서 파악될 수 있을 만큼 국제적 함의를 지닌다”는, 학계에서 이미 거론됐던 문제가 재차 제기됐는데, 이에 대해 박은순 교수나 김지영 연구원은 “외래적 영향은 있지만, 중요한 것은 내재적인 축이며, 외래적인 것을 자극제로 선별하여 활용한 것이다”라고 답했으며, 김지영 연구원의 논문 중 낙론계 인식론에서 논의된 ‘自然’과 ‘物’의 개념이 재론의 여지가 있는 과제로 남겨졌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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