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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도 AI 시대…‘호기심 어린 질문’만이 인간에게 남았다
창의성도 AI 시대…‘호기심 어린 질문’만이 인간에게 남았다
  • 유만선
  • 승인 2023.01.31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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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만선의 ‘공학자가 본 세상’ ⑱

미드저니·챗지피티, 생성형 인공지능이 대세
빅데이터 기반해 쉬지 않고 새로운 것 창조

지난해 미국 콜로라도주의 미술대회에 출품된 한 점의 그림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바로 AI가 그린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이 그림은 심지어 다른 인간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대회 우승을 차지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로부터 몇 달 뒤인 11월, 일론 머스크가 출자한 OpenAI 사에서는 ‘챗지피티(chatGPT, Generative Pre-Training)’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시범 서비스로 내놓아서 세상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챗지피티는 사용자가 던지는 복잡한 질문에 대해 내용이 풍부하고, 완결성이 높은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최근 챗지피티로 생성한 학술논문 초록이 인간 검토자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활용한 기계식 검증도 통과했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이니 AI 작가의 글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미드저니 버전4가 그린 기계 비둘기 작품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인 미드저니는 미술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림=위키피디아

‘미드저니’나 ‘챗지피티’ 등과 같은 AI를 가리켜 ‘생성형 AI’라고 한다. 생성형 AI는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유사한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 기술을 가리킨다. 

생성형 AI의 작동원리에는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을 빼놓을 수 없다. 단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생성적 적대 신경망’은 생성자(Generator)라는 실제가 아닌 ‘가짜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파트와 구분자(Discriminator)라 불리는 가짜와 진짜를 구별해 내는 파트 간의 적대적인 대립을 통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짜 데이터 즉 ‘창의적인 데이터’의 생성을 유도한다. 즉, 실제 데이터에 가까운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이 생성적 적대 신경망의 궁극적인 목표인 것이다. 

여기서 ‘창의성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특성’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생성형 AI는 이미 창의성을 갖추고 있는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림이나 글 등에서 AI가 내놓고 있는 결과들이 전에는 읽거나 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옥스퍼드 사전에서는 창의성에 해당하는 ‘creativity’를 ‘예술작품 등을 만들어 내는 데에 상상력이나 독창적인 생각을 사용하는 것(the use of the imagination or original ideas, especially in the production of an artistic work)’이라고 정의한다. 예술작품과 같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는 한국어 ‘창의성’의 정의와 같지만 ‘상상을 한다’는 내용이 추가돼 있다. 상상은 ‘특정한 상황이나 이미지, 아이디어 등을 떠올리는 행위’로 보는데 이 점에서도 ‘생성적 적대 신경망’ 속의 생성자를 통해 데이터를 끊임없이 떠올릴 수 있기에 AI는 ‘creative’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창의성이 인간과 일부 고등 동물의 전유물이라 믿었는데 이제 인공지능 또한 그 반열에 올랐다. 심지어 인간의 작은 뇌 속에 저장된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인터넷상의 ‘빅데이터’를 참조해서 ‘새로운 것’을 쉬지 않고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그 능력은 인간을 능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호기심’이 그 답이 아닐까? 경험한 것들 또는 경험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기는 적극적인 ‘질문’. 이것이 우리 인간을 기계와 구분해주는 마지막 보루라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미드저니나 챗지피티와 같은 창의적인 인공지능도 인간이 입력한 최초의 질문에 기반하여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창의적 행위를 한다. 고유하고 분명한 질문이 적절한 데이터를 생성시켜주는 것이다. 

매일 같이 마주치는 그저 그래 보였던 내 주위의 일상에 더듬이를 세우고 어린 시절에나 가졌던 유치해 보일지 모를 궁금증을 다시 꺼낼 때가 되었다. ‘호기심 어린 질문’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유만선
서울시립과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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