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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x의 신학인가? 「전도서」 다시 읽기
왜 x의 신학인가? 「전도서」 다시 읽기
  • 최승우
  • 승인 2023.01.2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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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환 지음 | 사월의책 | 196쪽

‘인류세’와 ‘세계화’라는 격변의 시대, 구원의 가능성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학계 일부에서 ‘은둔의 철학자’라고도 불리는 박동환 교수(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평생의 철학적 문제의식과 탐구의 결과를 집약한 『x의 존재론』에 이어, 그 신학적 함의를 성서와 그리스도신학에 비추어 다시 풀어낸 역작. 저자는 오래전부터 동서양 전통 철학이 인간과 도시문명 중심의 패권적 관점에 갇혀 있음을 지적하고, 한국과 같은 주변부의 사고와 언어로부터, 그리고 인간 중심성을 벗어난 미지의 개체 x로부터 우주 보편의 진리를 찾고자 노력한 철학자이다. 그 결과 인간과 인간 이외의 존재를 포괄하는 개체들의 존재양식 ‘x’가 무한의 절대적 타자 ‘X’의 한 계기이면서도 그것으로 다시 함몰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밝혀내는 존재론에 도달했다.

저자가 새로 펴낸 『왜 x의 신학인가?』는 『x의 존재론』의 신학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책으로, 구약 「전도서」의 설교자와 예수가 대면했던 시대의 문제가 현 시대에도 반복되고 있음을 통찰하는 데서 출발한다. 즉 ‘헬레니즘’이라는 시대적 격변에 처했던 이들처럼 ‘세계화’와 ‘인류세’라는 오늘의 파고가 우리에게 “지구적 시간대에 던져진 자아 존재의 새로운 인식”을 촉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혼란의 시대에 인간과 신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한 예수처럼, 저자는 ‘x’라는 필멸의 시간적 존재가 ‘X’라는 영원의 차원과 어떻게 화해 합류할 수 있는지 모색한다. 인간이 여전히 붙들고 있는 자아의 주체성이라는 허상을 포기하고, 삶이라는 현재는 언제나 부재화(不在化)될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을 통해 자신의 개체성과 구원을 이해하는 태도가 이 시대의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음을 설파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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